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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과 긍정의 사주 : 가족의 웃음과 결실

by 김인경


딸의 사주를 보기 위해 종로와 안국동에 있는 사주카페 몇 군데를 들어갔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내가 보러 다닐 때만 해도 5만 원이면 가족 전체를 봐주었다. 지금은 한 명당 5만 원을 달라고 했다. 비싸다는 생각에 “딸! 5만 원씩이나 주고 보고 싶어?”라고 웃으면서 물어보았다. 딸은 “어! 난 보고 싶어!”라고 망설임도 없이 대답하는 것이다. “알았어. 그렇게 보고 싶으면 봐야지. 돌아보자.”라고 말하며, 종로와 안국동 사이를 걷다가 조그마한 타로 사주 가게에 들어가게 되었다.




조금 어수선하긴 했지만 깔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리창엔 “오픈 기념 1만 원 할인”이라고 써 붙어 있었다.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한 여자분이 반가이 맞이해주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내 거 보면서 아이들 것도 몇 번 본 적이 있었고, 엄마인 내가 점쟁이보다는 자식들을 더 잘 안다고 생각했다. 말하는 거 들어보고 결정하고 싶었다. 우선 딸이 먼저 보고 나와 아들은 볼지 말지 결정하기로 했다.


나는 세 명이나 보니깐 금액을 깎아 달라고 했지만, 일만 원씩 할인된 금액이라 안된다며 “잘해 줄 테니 들어보고 결정하세요? 라고 딱 잘라 말했다. 자신감이 넘치는 게 마음에 들었다.




우선 딸을 보았다. 딸은 내년에 대학을 붙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대학은 지금부터 딸이 하기 달렸네. 열심히 하면 붙어. 엄마가 다그쳐야 해요. 엄마가 항상 괜찮다. 잘한다. 하니깐 아이가 걱정이 없어요. 딸은 어느 그룹에 들어가도 중상 이상을 차지하니깐 외고나 자사고 갔었으면 좋았을 텐데…. 대학은 바듯이 불어도 가면 중상 이상이야 걱정하지 마. 나중에 한 우물을 파. 이거 했다 저거 했다 하지 말고. 엄마가 중간에서 괜찮다! 하고 싶은 거 해! 하면서 같이 맞장구치지 말고. 엄마가 잘한다고 하면 무조건 잘하는 줄 안 다니니깐. 돈도 많이 벌고 남자도 너만 위하는 사람 만나니깐 걱정하지 마! 아주 편안하게 잘 사네. 대신 한 우물 파는 거 잊지 마! 자궁이 안 좋아서 손발이 차니깐 항상 조심하고. 엄마에게 귀여운 도둑이네”라며 시원스럽게 말해주었다. 딸은 좋은 말이 많으니까 기분 좋아했다.




생각보다 명쾌하게 말해주었다. 그분 말로는 자신은 사주만 보는 게 아니라 중국의 뭐 하나를 더 본다면서 태블릿으로 하나를 더 켜놓고 봐주었다. 거기서 하는 말이 대부분 내가 생각한 딸과 비슷했다.




두 번째로 나를 보자마자 직업이 뭐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면서 “놀아요.”라고 말하자, “에이. 노는데 어떻게 이렇게 수익이 많아? 솔직히 말해봐요?”라고 말하자, 딸과 나는 서로 얼굴만 보고 웃었다. 딸은 당황스러워서 “정말로 우리 엄마 놀아요. 아무것도 안해요.”라고 말했다. 한참 사주와 자신이 본다는 태블릿을 보더니만, “지금은 공백기네. 55세까지 공백기야. 아무것도 안 해도 돈은 들어오는 팔자야. 너희 엄마는 우리가 말하는 소위 백작 부인이다. 아니 공주라고 해야 하나? 팔자가 좋아. 평생 돈이 몸에서 안 떨어져.”라고 말했다. 나는 웃으면서 “백작 부인이 이러고 살아요? 공주 팔자가 왜 이래?”라고 물었다. 딸은 바로 “엄마! 엄마 정도면 잘사는 거지? 뭐가 부족해? 엄마가 너무 높이 보는 거 아니야?”라고 웃으면서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딸은 엄마가 그리 보여? 엄마는 매일 힘든데….”라고 말했더니 웃고만 있다.


점쟁이는 “걱정하지 말고 있어요. 55세부터 시작해서 65세에 피크예요. 지금 글 쓴다고 했지요? 글만 쓰면 심심하니깐 55세에 음식점 장사를 하세요?”라고 말하는데, 나는 그만 웃음이 나왔다. “나 보러 지금 그 힘든 음식점을 하라고요?”라고 물었다. “아니. 음식점을 해도 당신은 일은 안 해. 명령만 하지. 힘든 일도 못 하찮아. 여기에 그렇게 나와 있어. 글은 65세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지금 써 놓은 것까지 다 빛을 볼 거야. 걱정하지 마. 너희가 엄마 때문에 편하게 사는구나! 자식 둘이 엄마라면 무조건이네. 자식 복도 있고….”라며 계속 좋은 말만 해주었다. “내가 무슨 제주로 55세에 돈을 벌어요? 지금 이렇게 노는데…. 이젠 자신도 없는데….”라며 내가 웃었다. “걱정하지 말라니깐. 다 하게 되어있다니깐. 공주님 무슨 걱정이세요?”라며 계속 웃겨주었다.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았다. “아들은 잘생겼고, 능력은 좋은데, 몸이 약하네. 35-45에 병이 있어. 큰 병은 아닌데 그때 조심해야 해. 그렇다고 직업이 단절되진 않아. 아들도 잘 풀려. 외국 가서 살면 잘 살 거야. 아들이 아빠에 대한 원망이 많아. 아빠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엄마처럼 능력 있는 여자를 원해. 아들은 엄마와 누나 말을 잘 듣네. 그리고 너무 착해. 고집은 엄청나게 세고 까다로워. 아들딸이 엄마밖에 모르네. 걱정하지 말고 건강만 잘 챙겨.”라고 말했다.




딸에게 “속 시원해? 이젠 사주 보자고 하지 마! 엄마가 말한 거와 비슷하지? 직접 듣고 오니깐 궁금증은 다 풀렸지? 귀여운 도둑님!”이라고 말하니깐 딸은 기분이 좋아서 “응! 백작 부인님”이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신나게 웃었다.



세 명 다 좋게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좋은 말만 해주는 게 점쟁이들의 수법일 것이다. 예전엔 나도 나쁜 말도 해달라고 했는데 지금은 해달라고 안 한다. 좋은 것만 듣고 그 기운으로 “나는 잘될 거야. 타고난 운도 좋고 머리도 좋아”라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면 4~5만 원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주를 통해 전해준 긍정적인 메시지가 딸에게는 얼마 남지 않은 수능 날을 위해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들 또한 예전보다 더욱 엄마 말에 긍정하고 따라주고 있다.


그러나 항상 사주나 점쟁이 말을 신뢰하거나 모든 결정을 이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운이나 운명은 여러 요소에 의해 결정되며, 실제로 노력과 선택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주에 있는 좋은 운을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실에 맞는 계획과 노력으로 항상 준비되어있어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지 않은 자는 그 운을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게 되어있다.

2023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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