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자책감

마이즈너 테크닉_ 연습일지

by 대이

연습일지 2022. 08.18 (목)


연습 전


어제 마이즈너 수업을 하고 오늘 현지와 만나는 날이다. 아침에 늦잠을 자서 속상하긴 했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옷을 입고 다시 재정비를 해서 집을 나갈 참이었다. 엄마한테 전화가 와서 받았다. (엄마에게 전화가 오면 왜 이렇게 피하고 싶은지 화가 나거나 우울해지거나 짜증이 나거나. 전화를 끊고 나면 왜 울음이 터지는지) 엄마가 일주일 동안 재워달라고 했다. 친구들도 오나도 외할머니도 다른 사람들은 언제든 우리 집에 와서 자라고 할 수 있는데 왜 엄마는 싫은 걸까. 엄마는 애원했다. 목소리가 거절당하기 두려워하는 아이 같았다. S가 나를 버렸듯이 나는 말로 엄마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예정된 상처였을지도 모른다. 내 몸은 즉각적으로 빨간 불을 보였고 다른 사람들이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이 세상에서 소거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인간들을 향한 혐오를 그만 멈추고 싶다. 이해할 수 없고 볼수록 외로워지는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인간을 향한 증오는 그대로 나를 향해서 돌아온다. 얼마나 더 감당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한 고비를 넘었다고 생각하면 다음날 커다란 것이 다가온다. 시험하기라도 하는 듯이. 어제 유튜브로 본 일본 스타들의 자살이 전혀 남일 같지 않았다. 그들이 겪은 아픔의 깊이와 질감은 모를지언정 어떻게 그 길로 접어들었는지는 그저 알 것 같았다. 내가 스스로 죽지 않고 이 세상과 이별할 수 있을까. 고등학교 일기장에 이 말을 적은 이후로 어떤 때는 가능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오늘 같은 날이 오면 의문을 품곤 한다. 유튜브 알고리즘마저 자꾸 자살한 연예인을 보여준다. 나와 같은 상황은 전혀 아니지만. 나약하다는 단어는 누구에게 써야 하는 걸까.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어릴 때 전혀 나약하지 않았다. 스스로 극복해 내고 그러면서 살아왔는데 지금은 제 힘으로 서있을 힘이 없다. 내가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되었는지는 , 내가 지난 시간들을 잘 못 살아왔거나 애어른이 커서 어른애가 된다는 말을 실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억눌린 마음들은 위로 튀어나오니까.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고 자꾸 잠이 온다. 엄마 전화를 끊은 이후부터 신체화 증상이 나타난다. 명치가 답답하고 뒷목이 뻐근하고 자꾸 잠이 온다. 지하철에서는 그냥 꼬꾸라지고 싶었다. 환승할 힘이 없을 것 같아 그냥 죽고 싶었다. 가진 게 이렇게 많은데도 나는 그냥 죽고 싶었다. 그만하고 싶었다. 내가 죽어야 끝날 것 같았다. 아무것도 의미가 없었다. 연기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 아무것도 소용이 없었다. 더 이상. 엄마와 이렇게라면 나는 평생 다른 사람들과도 이렇게 지낼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따뜻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그냥 선을 두고 멀찍이서. 차갑게. 가까워지는 사람과도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거리를 두게 되고. 평생 외롭게. 그냥 이렇게. 쭈욱.


마이즈너 연습을 해야 하는데 머릿속에 아무것도 든 것이 없다. 온몸이 이미 불안과 죄책감과 감당하고 싶지 않은 것들로 가득 차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렸을 때 어쩜 저런 어른으로 컸을까. 참 한심하다 싶던 바로 그 사람이 나다. 인생은 늘 이렇다. 어릴 때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다. 그렇게 모지란 사람이 되었다. 남들도 나를 그렇게 볼까 봐 두렵다. 눈이 잘 안 보인다. 소리 지르면서 울고 싶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다. 나는 아프다가 죽을 것 같다. 평생. 벗어나고 싶다. 벗어날 수 없을 텐데 벗어나고 싶다. 모두가 이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겸허해진다. 더 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나 자신이 한심할 뿐이다.


연습 전목표

1. 가슴과 눈/ 더 나아가서 배-가슴-눈/ 땅- 배- 가슴 -눈으로 상

대방을 바라보고 주고받기, 그러니까 가슴 에너지를 써서 눈

을 뜨고, 느껴지는 것을 그렇게 표현해 보기

2. 진실되게 표현해 보기 관찰보다 감정 교류에 힘써보기


연습 후


기록 없음

매거진의 이전글험오감과 방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