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푸른 밤의 깊고 많은 잠

by 김종열

침대를 바꿔야겠다는 말을 주고받은 지가 벌써 한참이 지났다. 사용한 지도 오래되었고 프레임도 조금 벌어진 데에다, 기분 탓인지 실제로 그런 건지 매트리스도 내려앉은 것 같아 바꾸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그러나 그다지 급한 것 없는 일이고, 시간을 내어 침대 쇼핑을 해야 하는 게 귀찮아서 차일피일하다가 무슨 기념일을 빌미로 드디어 바꾸게 되었다.


새 침대가 들어오는 날이다. 침대 고르는 일은 생각보다 쉬웠다. 잘생긴 남자 배우가 몸이 편하다는 걸 춤으로 표현하고, 침대 위에서 한 바퀴 구른 뒤 “잘 잤다”라고 광고하는 그걸 샀으니 말이다. 광고라는 게 효과가 있긴 있나 보다.


어쨌든 새 침대는 좋다. 프레임이 깔끔하면서 튼튼해 보이고, 매트리스도 탄력 있고, 치렁치렁한 침대보가 아닌 심플한 매트리스 커버도 마음에 든다. 한번 누워본다. 편안하다. 잠이 절로 올 것 같다.

가만, 잠이 절로 온다고? 언제 잠을 자지 못한 적이 있었던가? 그럴 리가 없다. 항상 깊고 많은 잠이 문제였으니까.




초저녁부터 쏟아지는 잠은 꽤 불편한 일 중의 하나였다. 학창 시절엔 그러지 않아도 신통찮은 성적을 더 나쁘게 하는 주범이었고, 9시 뉴스를 끝까지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뉴스 시간을 8시에 편성한 방송사를 선진 방송사라고 칭송하였으며, 늦게 귀가하는 날에는 이 시간까지 어떻게 버텼냐는 말을 종종 들었으니…

그렇게 이르고, 깊고, 많은 잠이 이제는 쓰윽 고마워진다. 잠을 제대로 주무시지 못해 고생하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많이 힘들겠다 싶기도 하고, 또 내려오는 말 중에 ‘잠이 보약’이라는 말도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 충분한 잠은 신체 기능을 회복시켜 주고, 부족한 잠은 당뇨, 고혈압 등을 유발한단다. 그리고 수면의 질이 가장 좋은 시간은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라고 한다. 그러니 9시부터 다음날 5시까지 기절이라도 한 듯이 잠자는 건 고마운 일일 수밖에 없다.


잠이 많아서인가? 잠자리를 찾아드는 시간은 언제나 행복한 마음이 들게 한다. 가장 좋은 건 찬바람 쌩쌩 불어대는 겨울밤, 온수 매트를 깔아놓아 따뜻해진 침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을 때의 포근함이다. 그 겨울의 두터움에서 벗어난 봄날의 가벼운 이부자리도 좋고, 여름의 심플함과 까칠함도 좋으며, 싸늘해짐에 슬그머니 이불을 당겨 덮는 가을의 잠자리도 평온함을 준다.


그렇게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잠자리에 찾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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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다. 눈길은 벌써 시계를 향해 있다. 5시이다. 그렇게 새로운 날이 시작된다. 꼬무작거림의 행복과 함께.


프레데릭 레이튼-불타는 6월#.png 프레데릭 레이튼-불타는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