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지직 캡슐이 뚫리는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드르륵하는 기계 소리가 들린다. 그런 후에 쪼르륵 커피가 잔에 담기는 소리와 함께 커피 향이 퍼져나간다.
“커피 줄까?” 오랜만에 집에 온 딸내미에게 묻는다.
“응. 근데 아빠도 이제 핸드드립으로 해보시지?” 딸내미의 대답에
“네가 장비 일체를 장만해주면 한번 해볼게”라고 대꾸한다.
며칠 후 핸드드립 장비가 택배로 배달된다. 우리 딸내미가 이렇게 효녀였던가!
딸내미를 효녀로 등극시킨 장비를 펼쳐 놓는다. 처음이라 그런지 어수선하고 복잡한 느낌이다. 물을 끓인다.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드르륵 간다. 드리퍼에 거름종이를 깔고 물로 한번 헹군다. 그런 다음 분쇄된 원두를 거름종이에 담고 조금씩 물을 부어 원두가 부풀어 오르게 한다. 잠깐의 숙성을 거친 후 원을 그리며 물을 부어 커피를 추출한다. 커피 향이 집 안 가득히 퍼진다. 좋다. 한 모금 마신다. 음~~~
맛이 없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스마트 폰을 집어 든다. 네이놈에게 물어볼 생각이다. 이리저리 검색을 해본다. 물이 너무 뜨거웠나 보다. 80˚ 정도가 적당한 온도란다.
어느덧 살짝은 숙달된 조교가 되었다. 순서도 헷갈리지 않고 손놀림도 일사불란하다. 자격증은 없지만, 얼추 바리스타에 가깝다고 혼자 생각한다. 커피 맛도 괜찮은 것 같다. 일관성 있게 항상 똑같은 맛이다. 원두는 그때그때 다른 걸 쓰는데… 맛의 다름을 모른다는 얘기다.
원두에 따라 향이 다르고, 질감이 다르고, 산미가 다르고, 뭐 그렇다는데, 당최 무슨 말인지.
언젠가 술자리에서 소주 맛을 구분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이 있어 장난 삼아 재미 삼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결과는…
‘구분하지 못한다.’였다. 콜라 맛도 다르다는데 구분하기 어렵고, 사이다 맛도 마찬가지라는 게 통설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있고, 물맛을 보고 제품명을 맞추어 버리는 절대 미각을 가진 분들도 있으니, 커피 맛의 구분은 그분들의 영역이 아니겠나 싶다.
굳이 커피 맛 그런 거 알 필요가 있을까? 그냥 편안한 날, 편안한 마음으로 커피를 내리는 시간과, 퍼지는 향과 따뜻함을 느끼면 될 뿐.
오늘도, 커피 한 잔, 그 향기는……… 무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