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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열 Sep 14. 2024

가족사진(2) - 딸

 어이쿠야! 오늘 내로 가족사진을 촬영할 수 있으려나? 오빠와 새언니가 한 명씩 안고 포즈를 취해 보지만 한 녀석이 가만히 있으면 한 녀석이 몸을 비틀어 내리려고 하고, 그래서 무릎 앞에 세워보지만 한 녀석이 가만히 있으면 한 녀석이 앞으로 걸어 나가고, 그래서 다시 안고, 다시 내리고… 무한 도돌이표이다. 결국 포기한다. 찍히는 사람이 아니라 찍는 사람이.     


 엄마 아빠가 나란히 선다. 찍는다. 마주 바라본다. 엄청 민망해하면서 그러면서도 웃으면서. 찍는다.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다. 찍는다. 아마 저 중에 가장 자연스러운 걸 고를 테지. 자연스러운 건 정지된 시간의 그림으로 남을 테고, 그 그림은 가끔 지금 이 순간을 회상하게 만들겠지. 어쨌건 좋아 보인다. 저 쑥스러움이, 살짝 어색한 웃음이.     


 엄마 아빠랑 같은 집에서 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고등학교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했으니. 그런데도 우리 집은 우리 집이었다. 기숙사에 살아도, 원룸에서 생활해도, 친구네 아파트에 살 때도.      

 그러다 결혼했다. 남편이 생겼고, 그 남편과 나의 우리 집이 생겼다. 이제 결혼 전의 우리 집은 엄마 아빠의 집이 되었고 다니러 가는 집이 되었다. 우리만의 가족이 생긴 거다. 지금 찍고 있는 엄마 아빠의 가족사진이 그들만의 가족사진이듯이 그렇게 우리만의 가족이.     


 얼마 전 명절에는 시댁 가족들과 여행을 떠났었다. 두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을 열 시간이나 걸려서 도착했다. 도착하기까지는 힘들었지만, 어머님 아버님과 시동생 내외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불편하지 않았으니 편안했던 것인가? 편안하여지려고 노력했던 것은 아닌가? 편안하다고 자기 최면을 건 것은 아닌가?     


 어쨌건 확실한 건 아직은 엄마 아빠랑 함께하는 여행이 더 편하다는 거. 그렇다면 지금 저렇게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이 시간과 공간을 밝히고 있는 남편도 시댁과의 가족여행 때가 더 편안했겠지. 남편도 노력하는 거겠지, 편안하다고 자기 최면을 걸면서. 고맙기는 ^^.     


 이제 우리 차례다. 포즈 취하기가 살짝 쑥스럽지만 숙달된 조교 아닌가. 웨딩 촬영 등으로 숙달된. 우리는 살짝 민망한데 엄마 아빠는 많이 민망해했다. 그러고 보면 같이 산 기간이 길수록 더 민망해지는 건가? 우리도 저 나이가 되면 간지러운 포즈 하나에 저렇게 민망해하는 사이가 될까? 아니 그보다 저 나이까지 티격태격하며, 이것저것 볼꼴 못 볼 꼴 다 보아 넘기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아직은 괜찮다. 괜찮은 게 정상 아닌가?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니지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이혼하는 커플도 있다는데 우린 잘살고 있는 거다. 그렇다고 굳세게 믿자. 믿고 사는 신뢰로 충만한 가정. 뭐 그런 것으로.     


 슬쩍 남편을 한 번 바라본다. 무던한 사람이다. 충청도 출신 이어서인가? 에헤이! 이 빌어먹을 선입견! 그렇지만 은근히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건 해야 하는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따지면 나도 마찬가지 아닌가? 요란하진 않지만, 은근히 똥고집으로 무장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아이를 낳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처럼 살아가는 것. 인생이라는 게 그런 걸 테니.      


 평화로운 사진 찍기가 전쟁 같은 사진 찍기에 돌입한다. 오빠와 새언니가 애들을 안고 카메라 앞에 선다. 순조롭게 진행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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