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 싶다. 이 순간을, 애들이 아직 아기인 이 순간의 모습을, 스마트폰 속 수많은 사진 중의 한 장이 아닌 액자 속의 사진으로. 그런데 얘들이 좀체 협조하지 않는다. 어르고 달래고, 안았다 놓았다 하며 사진을 찍는다. 찰칵 찰칵찰칵 연속촬영 소리를 들으며. 이건 뭐 거의 동영상 수준이다. 만약 좋은 사진이 한 장 나온다면 그건 아마도, 아니 당연코 카메라 성능 때문이겠지.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육아의 힘듦을 이야기할 때 그러려니 하고 영혼 없이 리액션하기도 했다. 그런데 내 일이 되니 이게, 이게 만만치 않다. 만만치 않게 뭔가, 엄청나게 힘들다. ‘직장생활? 그까이 꺼’ 할 정도로. 그나마 친정이 근처여서 엄마의 도움을 받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제주 여행? 또? 언제였었나? 친정 가족들과 다녀온 것이. 기억으로 남은 건 쉽지 않았다는 것뿐인데, 또? 그러나 어쩌겠는가? 시댁 가족과의 여행은 어떤 의미에서는 의무일 테니.
그렇게 많고 많은 이것저것들을 주섬주섬 챙기고, 짐은 들고 끌고, 애들은 안고 걸리고, 여행길을 나섰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여행이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여행이라고 육아 전쟁에서 벗어날 순 없으니까. 그리고
웃기게도 순간순간 소외감이 드는 거다. 식사 자리의 풍경이다. 남편이 뭐라고 얘기한다. 아버님이 맞장구친다. 시누이가 뭐라고 말한다. 시누이 남편(서방님이라고 호칭해야 한다는데 당최…)이 웃는다. 빈 소주병이 늘어간다. 목소리도 커지고 웃음소리도 커진다. 다들 즐거워 보인다. 그런데 나는 애들 밥 챙겨 먹이느라 정신이 없다.
숙소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눌 때도, 새벽에 다들 해돋이를 보러 나갈 때도, 갈매기가 뒤따르는 뱃길에서도 나는 단지 애들과 함께이다. 물론 남편도 어머님도 시누이도 아직 아빠가 되지 않은 시누이 남편까지도 애들을 챙긴다. 그런데도 불쑥불쑥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거다. 이게 자리를 함께하지 못함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시댁이 가족으로 와닿지 않는 건지??
신혼 때 아버님 퇴직을 빌미로 일본으로 여행을 갔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시간과 장소에 매이지 않는 편안한 일정이어서, 신혼이라 세상 모든 게 아름답게 보일 때여서 좋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땐.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서, 내게 주어진 시간이 온전히 내 시간이어서 좋았던 것 같다. 뭐 그렇다고 지금이 싫은 건 아니다. 딸들이 이쁘고 귀엽고 또 예쁘기 그지없으니까.
모두 일렬로 선다. 가족사진 찍기에 다시 도전이다. 여전히 어렵다. 셔터를 누르던 작가님이 이쯤 하잔다. 원하는 그림은 얻지 못했지만, 차선을 찾자는 거겠지!
카메라의 시선에서 풀려난 딸 들은 아장아장 걷고 웃고 손가락으로 여기저기를 가리키고 뭐라 뭐라고 말하며 놀고 있다. 쟤들도 자유로운 게 좋다는 거지, 찰칵하는 잠시의 부동자세보다는 제 맘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그런데 얘들아! 나는 언제 니들에게서 풀려나니? 그날이 오긴 하는 거니? ㅠㅠ.
세월이 가면 저 아이들이 학생이 될 테고 아가씨가 될 테고, 아마도 어느 날 누군가의 부인이 될 테고 나처럼 엄마가 되겠지. 그리고 어쩌면 가족사진을 찍을 수도 있겠지. 가족이 되었으므로, 가족임을 확인하고자. 그러나
가족사진 때문에 가족이 되진 않는다. 가족이란? 음~~~ 세월의 더께가 겹겹이 쌓여야 하는 것 아닐까? 사랑스러웠다가 미웠다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그윽했다가 짜증스럽기도 한 그런 시간이 점점이 흘러간 후, 어느덧 또는 이윽고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가 되는 그런 것. 아닌가? 섣부른 생각인가? …… 그건 그렇다 치고
다음에 친정과의 여행 기회가 생기면 가족사진을 찍어야 하나? 엄마 아빠가 더 늙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