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그랬을까? 어느 날 책장 뒤편에 숨겨져 있던 카세트테이프를 발견한다. 다시 들을 일은 없을 것 같아 버리려고 마음먹었다가 그래도 혹시 하며 보이지 않는 곳에 두었던 게 기억난다. 게다가 제법 많다. 불현듯 저걸 한번 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간을 함께한 추억이라는 게 배어있는 물건이니.
차에서 많이 듣긴 했지만,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도 애용했기에 서랍을 뒤적여 본다. 있다. 겉은 옛날 그대로의 멀쩡한 모습으로. 저게 되려나? 하며 건전지 넣는 곳을 살펴본다. 당연히 비어있다. 그런데 통상 사용하는 둥근 건전지가 아니라 껌 전지라 불리는 납작한 건전지를 넣게 되어있다. 이건 또 어디서 구하나?
마트에 들린 날 껌 전지를 찾아본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없다. 그렇다면 온라인이다. 검색하니 많이도 나온다. 계속 쓰려면 충전지가 맞겠거니 하며 주문한다. 며칠 후 전지가 도착한다. 그런데 아뿔싸 충전기는 없다. 당연히 같이 보내주는 줄 알았는데…. 또다시 검색 모드에 들어간다. 세밀하고 꼼꼼하게 충전지에 맞는 제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또 기다린다.
전지를 넣으니 전원이 들어온다. 당연한 건가? 아니지, 거의 30년 전의 제품인데 켜지는 게 신기한 일이다. 테이프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른다. 돌아가나 싶더니 멈추어버린다. 다시 한번 시도해본다. 마찬가지다. 왜 그런지 포털의 지식을 빌린다. 모터와 연결하는 벨트를 교체하면 된단다. 생각보다 간단하단다. 그러나 벨트를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또 포털을 뒤져서 옛날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곳을 찾아낸다.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플레이어를 택배로 보낸다. 배달의 민족인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도착한 플레이어를 작동시켜본다. 소리가 난다. 드디어. 이거 감격스러워해야 할 일인가?
한 곡을 듣고 또 한 곡을 더 들어본다. 이런! 음질이 영 별로다. 신통치 않다. 또 포털을 찾는다. 테이프를 읽는 헤드를 청소하란다. 면봉을 알코올로 적시고 30년 묵은 때를 문질러 벗긴다. 그리고 플레이. 소리가 많이 나아졌다. 그렇다고 해도 LP나 CD, 고음질의 디지털 음원보다는 현저히 떨어지지만. 그런데도 그 소리가 싫지는 않다. 정겨워서이려나? 그래서 때때로 오디오에 연결하고 빛바랜 표지의 테이프를 듣곤 한다.
그런 것 같다. 꼭 좋은 것만 좋은 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때론 살짝 질이 떨어지고 조금 불편하지만 오래되어서, 의미가 있어서 찾게 되는 것도 있다. 이 카세트테이프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
좋고 나쁨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좋은 게 좋게 느껴지는 건 상대적으로 덜 좋은 게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덜 좋은 게 있어서 좋은 게 돋보이듯이. 사람 사는 것도 그런 것 아닐까?
조금 못난 사람이 있으니 잘난 사람이 잘나 보이고, 조금 부족한 듯한 사람이 있으니 똑똑한 사람이 돋보이고, 적게 가진 사람이 있으니 많이 가진 사람이 대단해 보이고, 대하기 불편한 사람이 있으니 좋은 사람이 더 좋아 보이는 것처럼.
그렇다면 조금 못난 듯한, 조금 부족한 듯한, 조금 적게 가진, 조금은 불편한 사람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