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마렵다. 집에 도착하려면 아직 한참을 가야 하는데. 아직은 뭐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생리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니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 같다.
소변이 더 마렵다. 주변에서 해결하기도 마땅치 않은 데 큰일이다. 시간을 확인한다. 겨우 5분이 지났다. 시간의 흐름이 더 느려진 것 같다.
소변이 참을 수 없을 만큼 마렵다. 다행인 건 이제 집 근처라는 거. 드디어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버튼을 누른다. 오늘따라 제일 꼭대기 층에 있다. 게다가 왜 이렇게 천천히 내려오는지 모르겠다. 몸이 배배 꼬인다.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이다. 어기적어기적 조심스레 엘리베이터에 탄다. 얘가 왜 이리 늦게 올라가는 거지? 엘리베이터도 멈춘 것 같고 시간도 멈춘 것처럼 더디게 흐른다.
이상한 일이다. 왜 집 근처에 오면 마려움은 더 격렬해지고, 시간은 더 더디게 가는 건지? 이제 곧 내보낼 수 있다는 희망이 가까워져서인가?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소망하는 일이 간절하면 더 길게 느껴지는 건가? 그러고 보면 짧은 시간이 더 긴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시간의 길이는 절대적이지만 느낌은 상대적이니.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건 대체로 불편할 때이다. 남자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군 복무 기간일 테고, 미루어 짐작건대 여성의 경우는 출산의 고통을 겪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와 어색하고 불편한 자리, 질책받는 시간, 몸이 아플 때나, 실연, 배신, 실패 등으로 마음이 아플 때, 시간은 질기게도 천천히 흐른다.
반대로 편안한 사람과 식사할 때, 좋아하는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때, 풍광 좋은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그저 같이 있는 시간, 좋아하고 잘하는 무언가에 빠져있는 시간은 언제 지났는지 모르게 곁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기다림은 반대의 느낌이다. 오지 말았으면 하는 예정된 불편한 시간은 덮치듯 빨리 와버리고, 즐거운 일이 있는 날, 소망하는 일, 기대하는 날은 또박또박 천천히 다가온다. 어릴 적 눈 빠지게 기다리던 소풍날처럼.
어쩌면 가장 불공정한 게 시간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렇게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니.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시간은 공평하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길이로 주어지니까. 다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시간 위를 지날 때의 상황에 따라 시간의 길이가 다르게 느껴질 뿐. 그러니
현명한 방법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쁜 일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그 일을, 그 고통을 길게 감내하느니보다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도록 노력하고, 그 좋은 일을 길게 길게 즐기며 기다리고, 그 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살아내는 것. 내게 주어진 시간을 헐겁게 쥔 모래알처럼 흘려보내지 않고, 모든 순간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는 의미 있는 삶의 궤적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슬기로운 인생살이 아니겠나? 물론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또한 쉽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