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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2)

by 김종열

어디선가 들은 얘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성격이 바쁘단다. 뭐든 빨리해야 된단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른 통신망을 갖춘 인터넷 강국이 되었단다. 일리 있는 얘기다. 그래서인가? 뭐든 빨리빨리 하면서 살아 온 것 같으니.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것이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이 그렇다. 빠름을 경주하는 달리기, 수영 등은 두말할 것도 없고, 축구나 야구 같은 구기 종목도 빠를수록 경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스포츠에서만 빠른 것이 좋은 게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무엇이든 대부분 빠를수록 환영받는다.


‘빨리빨리’가 최고의 덕목이 되는 곳이 군대이다. 선착순은 당연히 빨라야 하고, 오분대기조의 빨리는 두말할 것도 없고, 집합도 빨리, 걷는 것 뛰는 것도 빨리, 밥 먹는 것도 빨리, 씻는 것도 빨리, 뭐든 빨라야 하는 곳이 군대였다.


직장인들 달랐을까. 눈앞에 닥친 업무를 빨리빨리 처리하고, 주어진 목표나 과제를 조기 달성하는 사람이 칭찬받고 인정받았으니, 빠른 건 근면, 성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직장생활의 덕목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빠른 것만 좋은 것이고 최선인가? 놉! 그렇지 않다. 그럴 리가 없다. 가장 빨라야 할 것 같은 스포츠도 때로는 느림의 순간이 필요하니 말이다.


골프선수의 서두르지 않는 스윙과 느리게 보이는 진중한 퍼트가, 투수가 던진 빠르디빠른 공을 일시 정지하게 하고 배트에 맞추는 야구선수의 순간을 보는 시선이, 결정적인 순간을 맞이한 축구선수의 넓게 보는 시야와 서두르지 않는 움직임이 경기의 승리를 결정하니, 시간을 정지시키는 느림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심지어 빠름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달리기 종목도 느림이 필요할 때가 있다. 장거리 경주나 마라톤은 페이스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다. 처음부터 빠르게 달려선 안 된다는 거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속도보다 느리게 뛰면서 전체 경기를 조율해야 한단다. 이처럼


때로는 느림이 선이 되기도 한다. 느리게 걷기가 주는 사색의 시간과 그 시간을 통한 계획, 반성, 깨달음이 그렇고, 가정이나 직장에서 큰일을 처리하거나 결정할 때 느리게 신중하게 결정해야만 실수와 실패를 피할 수 있음이 그렇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군대에서조차도 완급조절은 필수이고…. 그러니

때로는 느림이 빠름보다 좋을 때도 있다.


에릭 홀-WONAL DUN.jpg 에릭 홀-WONAL D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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