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예의지국의 위험

by 김종열

할매가 갑자기 외출 준비를 한다. 옷을 입히는 걸 보니 나도 데리고 갈 모양이다. 아싸!

할매 품에 안겨 차에 탄다. 이런 날 할배는 어딜 간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차가 멈추더니 눈이 반쯤 풀린 할배가 차에 오른다. 비슷한 상태의 할배 친구와 함께.


술 냄새가 금방 차 안을 가득 채운다. 고약하다. 할배들은 신이 났다. 주저리주저리 말을 주고받는다. 나는 당연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지만, 지켜보니 자기네들끼리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계속한다. 그놈의 대화.


한적한 시골 농가에 도착한다. 할배 친구의 집이다. 술 취한 할배 친구를 데려다주러 온 것이구나 싶다. 그런데 이런, 엄청나게 큰 개가 문 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나를 쳐다본다. 음흉하게, 가소롭다는 듯이.

당연히 곧바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인데, 어라! 할매까지 차에서 내린다. 할배 친구가 여기까지 왔으니 차 한 잔 하고 가라는 것이다. 쯔, 역시 동방예의지국스럽다.


예의가 있다는 건 좋은 것이다. 그러나 과한 경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럴 리 없다고? 그럴 리도 있습니다. 가끔은.


할배는 망고(그 집에 사는 개 이름인데, 이렇게 크고 거칠게 생긴 녀석에게 이렇게 맛있는 이름은 도대체…)를 의식해서 나를 안고 있다.

이것저것 재배하고 있는 밭을 둘러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러다 문득 할배 친구가 나를 내려놓으라고 한다. 망고는 순하기 때문에 절대 해코지하지 않는다고. 오! 자기 개를 다 안다고 하는 저 오만함이여.

‘할배 내려놓지 마, 큰일 나.’

그러나 할배가 누구인가? 생각이라곤 없는 할배 아닌가. 나를 내려놓는다.

‘이런 신발, 큰일 났다.’


망고는 고수다. 금방 본색을 드러내 놓지 않는다. 할배와 할배 친구가 경계를 풀지 않고 있고, 나 역시 망고를 예의 주시한다.


시간이 조금씩 흐른다. 경계심도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한다. 할배들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내 경계심도 옅어져 킁킁거리며 냄새를 쫓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순간…………

* 개 세이(개+에세이, 개+say)는 반려견의 관점으로 쓴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