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나의 회식

by 김종열

그 애가 처음 집에 왔을 때, 나는 호기심 반과 새 생명에 대한 사랑 반으로 그 애에게 다가갔었어. 그랬는데, 할배, 할매의 첫마디가 “두유야. 안 돼”였다. 도대체 뭐가 안 된다는 거지? 나는 아이를 해칠 마음이 전혀 없는데.

그러더니 아지야와 아지야의 그녀는 아이를 침대 위에 눕히고는 베개, 이불 등으로 성을 쌓기 시작했다. 나의 접근을 단호하게 불허한다는 거였지.


그렇게 그 아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사랑을 빼앗더니, 그 사랑을 자양분으로 - 물론 아지야의 그녀의 젖과 이유식이 주된 자양분이겠지만 -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어느새 나 보다 커지더니, 나처럼 네 발로 기더니, 어느샌가 직립보행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물론 조금씩 뒤뚱거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모습을 보는 할배. 할매의 입 꼬리는 또 귀 근처에 가있고. 이러니 그 애의 방문이 싫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으~~~ 스트레스.


아지야와 아지야의 그녀와 그 애가 오는 날은 항상 부산하다. 아지야가 사는 곳이 부산이어서 그런 걸까? 아! 이건 아재 개그.


할배, 할매와 나, 이렇게 단출하고 조용한 집에 세 명이 더 들이닥치니 물리적으로 부산스러울 수밖에 없고, 할매가 사랑하는 아지야가 오는 날이니 평소와는 다른 어수선함과 시끌벅적함과, 맛있는 음식 냄새가 집안을 채운다. ‘엄마의 영원한 애인은 아들이다.’라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다.


할배와 아지야가 식탁에 마주 앉는다. 소주와 음식들이 놓이고 그들의 대화가 시작된다. 뭔 말이 저렇게 많을까 싶은데 할매도 같은 생각인가 보다. “만날 했던 얘기 또 하고 있능교?”라고 묻는다. 할배와 아지야는 다른 얘기란다. 내가 보기엔 아니다. 똑같은 얘기다.


그들의 얘기엔 나는 관심이 1도 없다. 식탁 위에서 맛있는 냄새와 맛있는 소리로 구워지고 있는 고기에만 관심이 있다.


조르기 한판에 들어간다. 눈은 애처롭게, 목소리는 불쌍하고, 앞다리는 간절하게, 그렇게 그들과 나의 회식은 한 동안 계속되다 할매의 ‘이제 그만’과 함께 끝이 난다. 그리고 이어서 들려오는 할배의 코 고는 소리와 함께 밤은 깊어가고.


* 개 세이(개+에세이, 개+say)는 반려견의 관점으로 쓴 에세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