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던 날

by 긴오이

아버지는 무슨 작업을 하다 오셨는지

머리는 온통 모자에 눌리어

아버지는 아버지 같지 않고

아버지답지 않은 헤어를

나는 만져본 적이 없구나


쑥스러웠을게다

첫눈도

그 해 처음 내리는 눈은

자신도 처음 내리는 것이어서

비실비실 숫기없이 흩날리다

더러는 허공에 사라지고

어디도 닿지 못한 무뚝한 후회들이

입김을 토해낼수록

눈은 가장자리부터 분명해지는 것이다

가벼운 것들이라도

어디 그 교감들마저 가벼울까

살가움을 그리워하는 것들이

아버지를 잔뜩 묻히고 들어와

곁에 바짝 다가앉았다

나는 나의 손을 뻗지 않을 수 없다



물끄럼한 머리칼은

미동도 없이

희고 가벼워졌구나

만지는 대로

이리 빗기고 저리 빗기는

가장의 권위여

아버지답지 않은 아버지의

어느 신체를

나는 또 어루만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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