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줄의 변동에는 늘 원인이 있다.
계획된 시간이 있었는데 지키지 못했다면, 이유는 두 가지다.
못했거나 더 중요한 일이 생겨서 안 했거나. 이것은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게으름에 대한 것은 논외로 하자. 더 중요한 일도 제외하자. 더 중요한 일은 당연히 우선 되어야 하니까.
그렇다면 남은 것은 오직 못한 '이유'만이 남는다. 스케줄이 지켜지지 못한 이유!
그전에 우리는 상황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이 글이 목표로 하는, 비즈니스로서의 '일정'이 가지는 중요성과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야기되는 문제들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상황은 이렇다. 당신은 투자유치 업무를 맡고 있으며,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갑'으로서의 밑천은 토지(국공유지)이다. 당신은 이 토지를 활용하고픈 투자 문의를 상담하고 안내하여 최종적으로는 성공적인 개발사업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다.
어느 날, 한 투자 제안자가 당신의 방문을 노크했다.
국공유지 5천여 평 규모에 문화시설 사업을 제안했고, 대부계약이 체결되었다.
자, 이제 눈을 감고 계약서를 상상해보자.
대부계약이므로 당연히 기간이 적시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간이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일정'이다. 사업 추진 일정이므로 여기에는 계약과 설계와 그리고 각종 인·허가와 금융 PF의 시간표들이 담긴다. 월별, 주별 막대그래프가 옆으로 길게 떠오르면 당신은 비즈니스맨이다.
프로젝트의 일정과 관련하여 처음부터 세부적이고 완벽한 마스터플랜을 만들고, 이에 대한 기술적 혹은 계획상 불가피한 조정 없이 최종적인 허가 승인을 기다리는 것은 분명 비현실적이다.
인·허가의 뒤에는 늘 불확실성과 지체가 숨어있다. 인·허가 별 담당자도 다르고, 기관 자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 가령, 환경영향평가 같은 것은 아예 기관을 옮겨 광역 지방환경청에서 내용을 검토한다. 교통영향평가나 도시계획심의위원회 등도 사업규모에 따라 검토 기관이 달라질 수 있다. 보통 100억 단위를 넘어가는 대단위 사업들은 거치는 인·허가의 종류도 많거니와 까다롭기 그지없다. 기다리는 입장에서는 시간 단축을 위한 능동적 융통성들이 발휘되길 기대하지만, 대개는 기대를 저버린다. 여러 보완사항 앞에 앞이 욕설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다행히 보완이 가능한 사항이라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항을 요구받기도 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이 사업의 일정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들이다.
하지만 위에서 열거한 이 변수들은 일정 부분 불가항력을 가진다. 사업자도 행정도 이 부분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인·허가의 주체인 행정도 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인·허가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하니까.
문제는 이러한 상호 이해 내지 공감이 가능한 지연이 아니라, 고의로 혹은 전략상으로(좋게 표현해서) 진행되는 그것들이다.
이러한 지연들은 상호 불신을 싹 틔운다. 프로젝트의 안내자에서 감시자로 전환케 만든다. 이 글이 투자유치 상황을 설정하고 있지만, 이것은 땅을 제공하게 되는 모든 토지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상황들이다. 사업 추진 일정표는 상호 간 신뢰에 기반한 약속이나, 특성상 그것은 고무줄 같은 탄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상호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본능적으로, 또는 논리적으로 잘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며, 눈치 없이 그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 툭하고 관계는 끊어진다.
따라서 이 고무줄(일정)은 함부로 늘이거나 줄여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