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변경과 분양상품
투자자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 9편
이번 포스팅에선 설계변경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앞서서 우리는 투자자가 애초의 사업 계획을 변경해 사업수지를 높이려는 시도로 보통 설계변경을 시도하게 되며, 이는 보통 1년 안에 나타난다고 예측했다.
이때 사업수지를 높이기 위한 설계변경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분양상품
국공유지는 그것을 다루는 관련 법에서(국유재산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이들 재산의 기본적인 사항을 미리 정해 놓음으로써 이를 통해 국공유 재산의 적정한 보호와 효율적인 관리·처분의 기준으로 삼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때 이들 재산의 적정한 보호에 대한 포커싱은 주로 장래의 행정수요에 맞춰진다. 이를 심사·판단하기 위해 공유재산심의회를 두며, 이들 재산의 취득 및 매각 등에 대해 심사한다.
따라서 국공유지에 대한 처분계획은 예측하지 못한 미래의 공익적 행정수요에 대비해야 하므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소극적이고 제한적으로만 행사될 수밖에 없다.
투자자도 이런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국공유지에 대한 투자계획을 제안할 때는 해당 사업의 공공성을 제일 먼저 부각시키지만, 이때 제시된 공공성은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당연히 사업수지를 깎아먹는 주된 요인이 된다. 그리하여 일단 토지사용권(대부계약)을 획득한 후에는 내려간 이 수지의 균형추를 맞추고자 자연스레 당초 계획을 슬그머니 바꾸려 하는데 이때 들어가는 사업계획이 대부분 분양상품이다.
자, 이제부터 예를 들어보겠다.
우선 공공성이 높은 사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전시관, 박물관, 아쿠아 같은 문화집회시설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사업은 전시·공연·관람 등과 연결된 운영모델 사업들이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언제든지 전환될 수 있는 경계선에 위치한 사업들이다. 처음에는 지역경제활성화나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국공유지를 따낸 후, 이들 사업에 조금씩 숙박 등의 분양상품을 끼워 넣으며 사업모델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징표가 설계변경이다. 6,000여 평의 토지에 숙박시설을 끼워 넣으면 당초의 전시·관람용 공간은 건폐와 용적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호랑이를 그렸는데 완성되고 보면 고양이 그림이 되는 식이다. 투자자(시행사) 입장에서는 그래야 돈이 되고, 또 돈이 나오는 사업이라야만, 이후 금융PF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
조금 단순화했지만 이것이 국공유지를 이용한 악용적 투자제안의 전반적인 프로세스다.
좀 더 노골적으로는 공공성에 호텔&리조트 사업을 매칭시킬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230여 개의 기초자치단체가 있고, 그 지자체가 처한 사정이나 그에 따른 정책 판단의 기준이 모두 다르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사안의 공공성에 대해 어느 지자체에선 얼마든지 OK 판단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재량적 유연성이라면 호텔&리조트는 골프장 및 복합 관광단지 등으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 5,000여 평 단순 건축 행위에서부터 3~4만 평의 지구단위계획에 이르기까지 얼마든지 확장 가능한 옵션들이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토지는 아무 죄가 없다. 언제나 그것을 둘러싼 인간의 이기와 욕망, 그리고 욕심이 문제가 될 뿐이다.
우리가 '을'이라고 편의상 정의한 '투자자'는 사실 여러 가지 얼굴을 하고 있다. 이 투자자는 실질적인 대주(돈줄)가 아니다. 1인 소유의 토지라 지주작업이 편하고, 권리관계가 깨끗하며,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한 국공유지를 선점하고자 수많은 이기와 욕망, 욕심을 대표해 선발대로 출발한 척후병이다. 이들의 뒤엔 시행사, 건축사, 시공사, 금융, 분양 등의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진을 치고 있다.
당신은 오늘, 그런 사람과 마주 앉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