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벨로퍼와 돈줄

투자자는 아군인가 적군인가 - 10편

by 긴오이

개발 시행사업에 있어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는 공무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 시행사업은 그 회사가 돈이 많아야 가능하지 않겠냐는 일반론입니다. 그래서 어떤 상사분은 그 사업이 가능한지에 대해 회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해보았느냐란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금융의 세계를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기 자본으로 사업을 하는 게 아닙니다. 물론 아주 소수의 경우 쌓아놓은 유보금이 충분해서 자기 자본으로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통상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우리가 한 번쯤 들어본 금융 PF(Project Financing)는 바로 이 시행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기법을 말합니다.

돈은 금융기관에서 나오고, 공사는 시공사가 하고, 분양은 분양사에서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주관하고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는 것이 시행사입니다. 시행사는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하고 분양사에 분양수수료를 주기 위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빌려 오게 되지만, 시행 이익이 크면 그 모든 비용을 지급하고도 충분히 남는 이익이 있습니다. 만약 이런 구조라면 시행사는 남의 돈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막대한 이익을 얻어 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이익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이익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익함이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투자유치 담당자라는 가정하에서는, 이것에 대한 이해는 당신이 제공하게 될 자산(국공유지)에 대해 전혀 새로운 시각을 갖추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이해는 확신건대 개인적 업무역량 향상 외에도 투자와 재무, 금융, 경영이라는 보다 폭넓은 세계로 안목을 넓히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될 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공직이란 자리를 복지부동의 대명사로 수식하지만, 오늘날의 행정행위는 그야말로 융복합의 메커니즘 그 자체입니다. 공부하고 학습하기에, 그리고 당신의 상상력을 정책으로 실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것입니다. 자세와 관점에 따라 공직은 정말 매력적인 자리이기도 합니다.


자. 이제 그 세계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만약 당신이 사회생활 중반을 넘어가시는 40대 이상이라면, 한 번쯤 아파트를 구매해 본 경험이 있으실 줄로 압니다. 개발 시행사업의 가장 좋은 실예가 바로 공공주택 건설사업입니다.

분양에 당첨되면, 맨 처음 우리는 계약금을 넣습니다.

그리고 중도금에 대해서 안내받습니다. 시원한 모델하우스의 에어컨 바람 속에서 우리는 하나의 주관 금융기관이 선정된 사실과, 우리가 납부할 몇 차례의 중도금과 이자에 대해 시행사가 우선 대납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을 듣습니다. 그리고 이 무이자 중도금 납부가 끝나는 시점에 마지막 잔금을 모두 일시납 하게 되면, 비로소 소유권이 이전된다는 사실과, 이때 여의치 못한 사정으로 마지막 잔금을 치르시지 못하는 분들은 대개 분양받은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해결한다는 통상의 시나리오를 듣습니다.


이것은 아파트를 분양받게 될 수분양자의 입장에 서 바라본 시행사업의 단면입니다.

그렇다면 시행사에서 진행하는 사업 구조는 어떨까요?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시행사는 공사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공사비, 즉 단계별 기성금들은 다름 아닌 수분양자들이 납부하는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해결하는 것이죠. 그렇다고 이 시행사가 직접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수취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무슨무슨 신탁회사의 계좌로 이 금액들을 납부하게 됩니다. 시행사의 혹시 모를 부도 등에 대비하기 위해 - 우리 금전은 소중하니까요 - 신탁이라는 중간 계정을 만들어 시행사의 채무로부터 안전망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만약 사안을 최대로 단순화하여 아파트처럼 분양상품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PF 구조라면 분양대금 자체로 공사 기성금을 지급하게 되므로 사전에 분양이 100% 이루어진다면, 시행사는 오직 준공처리만 하게 되면 이 모든 것이 다 해피하게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혹여 금융 PF로 먼저 필요 자금을 조달한다 하여도 분양이 60%~70%만 이루어진다면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수분양자들로부터 들어올 확정적인 현금흐름만 증명된다면, 시행사가 이것을 담보로 끌어올 수 있는 자금은 얼마든지 존재하는 것입니다.


너무 쉬워 보이시나요?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물론 사업구조가 이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자본시장에서는 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아파트 사업구조에서는 하나 빠진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네. 바로 토지 매입 부분입니다.



아파트를 짓기 위해선 땅이 필요하죠.

공사비는 지방이나 수도권이나 크게 차이가 없겠지만, 토지 매입비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토지 매입비가 총사업비의 얼마의 비중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사업수지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위에서 살펴본 PF 구조는 해당 사업의 공사비를 조달하는 본격적인 사업비라는 점에서 통상 본 PF라 불리는데, 이 공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본 조건인 토지 매입을 위한 PF 구조들도 따로 명칭이 있습니다. 흔히 브릿지론이라 불리는 PF들입니다.

즉, 토지매입의 브릿지론 PF는 그 뒤에 따라오는 본 PF로 상환하게 되고, 또 그 본 PF에 들어간 대출금은 수분양자들이 납부하는 중도금잔금으로 대환 되는 구조가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단순히 저는 몇 줄의 기술만으로 간단히 설명드렸지만 사실 이 구조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고도의 직관과 갈등 조정, 조율, 인내, 감독, 협상력 등의 역량이 녹아들어 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행사가 가진 역량에 따라 시공사를 나누는 그것처럼 시장에는 소위 1군이라 불리는 시행사들이 엄연히 존재하며, 또 당연하게도 그 아래의 하위 레벨의 엉터리 시행사들도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업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을,


디벨로퍼(Developer)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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