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땅을 알아야하는 이유 - 3편
땅이 천평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무엇을 할 예정인가?
이 땅에 무엇을 채워 넣고 싶은가?
토지가 존재하는 곳이 도시지역인지, 비도시지역인지에 따라 내용은 조금 달라지겠지만,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본질은 같다. 기왕에 지방 소멸 이야기를 언급했으니 비도시지역인 농촌지역이라고 가정해 보자
우선 건축을 생각할 수 있겠다. 집을 한 채를 짓고, 앞마당에 텃밭도 조금 마련하고, 텃밭에 쓸 여러 농기구나 수확물을 보관할 창고도 하나 필요할 것 같고, 간단한 수돗가도 하나 필요하고, 집 주변에 나무나 꽃나무도 좀 심어보고 싶고, 주차공간을 1대로 할지 2대로 할지에 따라 마당공간도 조금 달라질 것이다.
(사실 이 작업은 도시계획 수립과 전혀 다를 바 없다.)
토지의 공간을 짜는 것은 이렇듯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건물의 공간을 짜는 건축설계와도 비슷하다.
우리는 어쨌든 우리에게 공간이 주어진다면 그 공간에 대한 채움을 생각하게 되고, 이 채움이 개인의 차원에서는 삶의 계획이요, 이 채움이 지방이라면 지방의 발전계획이고, 이 채움이 국가라면 국가발전 계획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
토지는 유한하다, 그리고 희소하다
그림은 우리나라 국토의 소유구분별 토지소유 현황이다. 개인들이 제일 많이 가지고 있고, 그리고 국유지가 그다음으로 순으로 많다. 크게 보자면 민유지, 국공유지, 그리고 비법인·법인 순으로 나타난다.
저 민유지 중 거주지별 토지 소유현황을 살펴보면 10명 중 3명은 수도권 거주자이다. 토지 소유에 관해서도 양극화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이제 낯선 통계가 아니다.
여러분들은 옆의 통계 그래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개인들이 땅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는데 '왜 난 땅한 평이 없을까?' 낙담하고 있는가^^
국토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세대 중 61%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기야 어쨌든 내 땅 한평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61%의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이고, 가슴 한편이 든든한 사람이다.
그런데 혹시 이런 궁금증이 드는 사람은 없는가?
당연히 아니다^^
소유자가 최상위 갑인 시장경제 논리로 볼 때 개인이 땅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토지이용계획의 주도권이 개인들에 의해 좌우될 것 같지만 국가시스템이 그렇게 물렁하지가 않다.
국가는 희소한 토지, 유한한 자원인 토지 이용에 대한 전권을 행사한다.
무엇으로? 법률로...
공무원이 땅을 알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우리가 앞서 땅 천 평에 대해 이용계획을 짜 본 것처럼 국가도 국토의 이용계획을 짠다. 「국토기본법」에 의해 짜여지는 국토계획 수립이 바로 그것이다. 이 국토계획 내에 국토종합계획, 도종합계획, 시·군종합계획 등이 함께 담긴다. 한 마디로 전 국토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이다.
이러한 종합계획은 당연히 그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구속력을 지니며, 그 구속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전 국토의 용도를 구분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아는 도시지역이니, 관리지역이니, 농림지역이니, 자연환경보전지역이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토지의 소유권은 가지고 있지 않되, 그 이용과 용도를 제한함으로써 그 희소성과 유한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가령, 당신이 건축을 하고자 해도 이 용도지역에 의해 할 수 있는 건축과 할 수 없는 건축이 정해진다. 당신이 아무리 큰 땅과 자본을 가지고 있어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의 용도가 아니면 당신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 상가를 짓고 싶어도 용도가 맞지 않으면 상가를 지을 수 없다. 이 얼마나 강력한 권한인가?
용도구분을 통한 토지이용 규제는 개인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내 땅을 한평이라도 소유하고 있는 61%를 제외한 39%에게는 토지규제가 남의 일이다.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61%라도 일생에 걸쳐 단 한 번이라도 건축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 또한 이 용도구분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혹여 건축을 경험해 보았더라도 대부분의 개인들은 이 용도구분의 토지규제에 순응한다.
이 토지 규제는 토지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벽이자 장애물이다. 토지를 기반으로 각종 개발사업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규제가 사업성이 있냐 없냐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개인과 마찬가지로 이 규제에 순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강력한 토지규제를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공무원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