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는 유한하다, 그리고 희소하다

공무원이 땅을 알아야하는 이유 - 3편

by 긴오이
땅이 천평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무엇을 할 예정인가?

이 땅에 무엇을 채워 넣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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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가 존재하는 곳이 도시지역인지, 비도시지역인지에 따라 내용은 조금 달라지겠지만, 무언가를 채워 넣어야 한다는 본질은 같다. 기왕에 지방 소멸 이야기를 언급했으니 비도시지역인 농촌지역이라고 가정해 보자

우선 건축을 생각할 수 있겠다. 집을 한 채를 짓고, 앞마당에 텃밭도 조금 마련하고, 텃밭에 쓸 여러 농기구나 수확물을 보관할 창고도 하나 필요할 것 같고, 간단한 수돗가도 하나 필요하고, 집 주변에 나무나 꽃나무도 좀 심어보고 싶고, 주차공간을 1대로 할지 2대로 할지에 따라 마당공간도 조금 달라질 것이다.

(사실 이 작업은 도시계획 수립과 전혀 다를 바 없다.)


토지의 공간을 짜는 것은 이렇듯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건물의 공간을 짜는 건축설계와도 비슷하다.

우리는 어쨌든 우리에게 공간이 주어진다면 그 공간에 대한 채움을 생각하게 되고, 이 채움이 개인의 차원에서는 삶의 계획이요, 이 채움이 지방이라면 지방의 발전계획이고, 이 채움이 국가라면 국가발전 계획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



토지는 유한하다, 그리고 희소하다


[2020년 소유 구분별 토지소유현황 - 국토교통부]

그림은 우리나라 국토의 소유구분별 토지소유 현황이다. 개인들이 제일 많이 가지고 있고, 그리고 국유지가 그다음으로 순으로 많다. 크게 보자면 민유지, 국공유지, 그리고 비법인·법인 순으로 나타난다.

저 민유지 중 거주지별 토지 소유현황을 살펴보면 10명 중 3명은 수도권 거주자이다. 토지 소유에 관해서도 양극화와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이제 낯선 통계가 아니다.


여러분들은 옆의 통계 그래프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개인들이 땅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다는데 '왜 난 땅한 평이 없을까?' 낙담하고 있는가^^

국토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세대 중 61%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크기야 어쨌든 내 땅 한평 가지고 있다면 당신은 61%의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이고, 가슴 한편이 든든한 사람이다.


그런데 혹시 이런 궁금증이 드는 사람은 없는가?




국토 면적 중 개인 소유 땅이 제일 많다면 국토의 토지이용계획의 주도권은 개인들에게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소유자가 최상위 갑인 시장경제 논리로 볼 때 개인이 땅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토지이용계획의 주도권이 개인들에 의해 좌우될 것 같지만 국가시스템이 그렇게 물렁하지가 않다.

국가는 희소한 토지, 유한한 자원인 토지 이용에 대한 전권을 행사한다.

무엇으로? 법률로...

공무원이 땅을 알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이다.


우리가 앞서 땅 천 평에 대해 이용계획을 짜 본 것처럼 국가도 국토의 이용계획을 짠다. 「국토기본법」에 의해 짜여지는 국토계획 수립이 바로 그것이다. 이 국토계획 내에 국토종합계획, 도종합계획, 시·군종합계획 등이 함께 담긴다. 한 마디로 전 국토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이다.

이러한 종합계획은 당연히 그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구속력을 지니며, 그 구속력을 구체화하기 위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전 국토의 용도를 구분하기에 이르렀다. 우리가 아는 도시지역이니, 관리지역이니, 농림지역이니, 자연환경보전지역이니 하는 것들이 그것이다. 토지의 소유권은 가지고 있지 않되, 그 이용과 용도를 제한함으로써 그 희소성과 유한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가령, 당신이 건축을 하고자 해도 이 용도지역에 의해 할 수 있는 건축과 할 수 없는 건축이 정해진다. 당신이 아무리 큰 땅과 자본을 가지고 있어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의 용도가 아니면 당신은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 상가를 짓고 싶어도 용도가 맞지 않으면 상가를 지을 수 없다. 이 얼마나 강력한 권한인가?

용도구분을 통한 토지이용 규제는 개인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앞서 살펴본 내 땅을 한평이라도 소유하고 있는 61%를 제외한 39%에게는 토지규제가 남의 일이다.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61%라도 일생에 걸쳐 단 한 번이라도 건축을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 또한 이 용도구분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혹여 건축을 경험해 보았더라도 대부분의 개인들은 이 용도구분의 토지규제에 순응한다.

이 토지 규제는 토지를 이용해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큰 벽이자 장애물이다. 토지를 기반으로 각종 개발사업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규제가 사업성이 있냐 없냐를 결정지을 만큼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개인과 마찬가지로 이 규제에 순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강력한 토지규제를 능동적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공무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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