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을 구별하는 법

공무원이 땅을 알아야 하는 이유 - 8편

by 긴오이
그럼 국공유지를 노리는 투기자본은 어떻게 구별할까?


아직 어설픈 업무역량이지만 나름대로의 기준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절대적인 판단기준이 아닌, 주관적인 기준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첫째, 자기 소유 토지가 없습니다.(사실상 이것이 전부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선행된 지주작업이 전혀 없이 순전히 국공유지에 사업을 그리려는 사람은 투기세력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세력은 국공유지를 매입해 차일피일 사업은 미뤄두고, 토지 가격 상승 후, 매각 차익을 노리려는, 말 그대로 땅 투기꾼일 확률이 높습니다. 이런 부류는 중개인을 통해 등장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중간 대리인격인 방문자는 그야말로 생뚱맞은 한두 장 짜리 지라시 정도의 사업계획서를 내밀며 적당한 국공유지가 없는지 물어봅니다. 토지가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사업계획 몇 장을 들고 다니는 일명 브로커들입니다. 특별히 구분법을 말씀드리지 않아도 대충 걸러야겠다는 느낌이 자동적으로 오시는 분들입니다. 개발사업은 시행 이유와 목적, 그리고 이윤이 명확해야 하며, 그러한 이유로 해당 토지가 어떤 이점을 가지고 있는지가 반드시 설명될 수 있어야 합니다.


문제는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회사(1군 회사는 아님)이거나, 들어본 적은 없는데 사업 규모가 제법 크고, 사업계획이 꽤 구체적으로 드러난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계획들도 대부분 초안일 경우가 허다합니다. 각종 조감도나 그래픽이 화려할 뿐, 내용은 부실한 경우가 태반입니다. 특히 사업수지란을 보시면 한 페이지 분량도 아니고 표하나 정도의 약식 기술된 추상적 산출이 전부입니다. 물론 제안 단계에서 수지분석을 자세하게 담아오는 사업자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의 땅에 허락 없이 시행을 전제로 하면서, 제안자의 임의와 주관에 의해 작성된 수지분석표를 내미는 사람을 주의해야 합니다.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시행하려는 사람도 투기세력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한 귀로 주의 깊게 경청은 하되, 우리가 투자를 받는 목적을 늘 환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공익적 요소를 지닌 타당한 수지의 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완성시킬 수 있는 투자자를 원하는 것입니다.



명심하십시오!

타당성이 없는 사업에 국공유지를 제공하면, 그 사업은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도 감감무소식이 됩니다. 이 부분은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사업을 재촉하면 사업자는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 회사의 자금사정이 어렵다 등을 내뱉기 마련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토지가 매각된 이후라면, 자치단체는 목적사업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계약서에 담긴 환매특약들도 막상 법정으로 가면 소유권 이전 앞에 초라한 문구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개발사업의 시작은 토지에서부터 출발하며, 토지가 사업의 전체 근간이 됩니다. 토지의 권원을 빼앗기는 순간, 우리는 '갑 '에서 '을'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추후에 말씀드릴 내용입니다만, 투자(PF)를 끌어오지 못하는 사업은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안사업의 일자리 창출이나, 지역경제 활성화 등에 현혹되어 그 사업의 투자로서의 타당성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합니다.

10년이나 혹은 20년 뒤에라도 사업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 가서 처음 사업이 제안되었던 초기 서류를 꺼내 보십시오. 100% 변경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층수가 높아졌다던지, 혹은 토지의 용도가 상승되었다던지 등의 이유로 사업성이 이전보다 훨씬 더 커졌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시행 이윤이 훨씬 더 높아진 것은 순전히,


시간의 힘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땅값이 상승한 것은 물론, 토지가를 상승시킨 제반의 여건들이 초기의 낮은 사업 타당성을 들어 올린 것입니다. 반면 자치단체는 그 오랜 시간의 기회비용을 날린 것입니다.



둘째, 자기 토지가 조금 있으나 극히 작은 규모입니다.

국공유지 인근에 자기 토지를 조금 매입하고 전체 국공유지를 끌어오려는 부류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어이없는 일입니다만, 넉살 좋게 딜(deal)을 걸어오시는 분들을 보면, '참으로 뻔뻔하기가 그지없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도 쉽게 걸러지기 마련입니다.


셋째, 5:5 정도의 비등한 규모의 자기 토지를 확보한 경우입니다.

셋 중에서는 그래도 가장 합리적인 제안을 하는 사업자입니다. 적어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 함께 이야기해봄직한 사람들입니다. 다만, 이 분들은 자기 토지 50%에 50%의 국공유지를 더 활용하려는 사람들입니다. 지역경제활성화에 대해 언급하겠지만 결국 자기 이윤을 더 높여보고자 국공유지를 활용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목적이 뚜렷한 사람들이므로 행여라도 무리한 제안이라면 냉정하게 거절하여도 좋습니다. 모처럼 온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은 아닌가? 고민한다면 당신은 정말 좋은 실무자입니다. 투자유치팀은 좋은 투자자를 물색도 해야 하지만, 또 반대로 불순한 목적의 투자자를 걸러내기도 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늘 자기 성찰이 필요하고, 편견에 갇히지 않도록 열린 마인드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런 모든 경우에도 불구하고 제일 난해한 상황은,


단체장의 의사결정이 선행된 상황입니다.

어떤 이유로, 또 어떤 매리트로 단체장의 마음속에 이미 투자를 받아들여야겠다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면, 앞서 살핀 모든 경우의 수를 뛰어넘은 특별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실무적 검토 결과 타당성이 없는 사업으로 판단된다면 - 이 글에서는 자세히 설명드릴 순 없지만 - 꾸준히 설득하고 사업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좋지 못한 사업이라면 진행과정에 어떤 식으로든 징후가 나타나기 마련이며, 이에 대해 상세한 객관적 보고서를 다시 올린다면 재고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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