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시(詩)의 의자에 앉다

by 긴오이

여든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모를 낸다

이것은 어데 깨나 콩을 심는 것과는 다른 일

아버지는 마흔 넘은 아들에게도

이앙기 운전은 건네지 않았다


교복 시절처럼 모 몇 판 건네자

이앙기는 순례자처럼 논 저 끝까지 갔다

일 년씩 늙은 모습을 하고 왔다

나는 모판을 가지런히 늘어놓고

어린 것들의 푸른 머리칼을 쓰다듬다

문득 이것들이 졸업하는 가을쯤에

아버지는 혹여

어떤 당부를 이삭처럼 떨구지 않을까

물려받은 땅 몇 마지기

하필 물려받은 것이

땅 몇 마지기여서

고향 밖은 남의 세상

아버지는 이마 위로

다랑이처럼

좁고 겹겹한 주름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곱게 써레질된 저 세월로부터

얼마의 논물이

흘렀다 가두어졌을까


오늘도 아버지는 조심조심 보행한다

행여 발자국에 어린 모들이

잠기거나 우쭐 솟지 않도록

모름지기 심는다는 것은

삐뚤빼뚤하지 않아야 한다고

흙탕 졌어도 맑은 논물 위로

논 저 끝까지 갔다

볍씨 같은 나를 보고 온다



<모내기 하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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