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땅을 알아야 하는 이유 - 마지막 편
인·허가는 개발 시행사업의 끝이 아닙니다.
인·허가가 완료되고 착공식 팡파르 꽃가루도 날렸는데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아차 싶어 지기 마련입니다. 사실 인허가가 완료된 땅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상승합니다. 실제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만, 가치가 상승했기 때문에 그냥 땅만 팔아먹는 것은 아닌가? 애초에 부동산 투기를 위해 접근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과 불안이 스멀스멀 싹트기 시작합니다. 특히 앞의 포스트처럼 10년, 20년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역시 투기였다는 회외와 질타들이 쏟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10년, 20년 후에나 사업이 진행된들, 시행자가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보통 이러한 행위들이 더욱 괘씸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개발사업 시행을 위해 인·허가 편의 외에도 자치단체는 각종 도시계획시설 투자를 병행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중 가장 많이 요구되고 실제 행해지는 사업이,
진입도로 등의 도시계획 시설 투자입니다.
예를 들어 호텔이나 콘도미니엄을 짓겠다는 사업자에게 국공유지를 매각되게 되면 시행자는 원만한 사업 진행을 위해 그 시설에 접근하기 좋은 진입도로 등의 도시계획 시설 투자를 요청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막대한 시설투자에 대한 감사와 보답의 의미로 자치단체는 보통 이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아무래도 사업 초기에는 개발사업이 가지는 지역 경제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등의 공익적 효과가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고, 지역 사회도 그러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습니다. 다함께 장밋빛 미래로 출발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동화 속 세상과 실제 세상은 엄연히 구분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사업이 루주(Loose)해 지지 않고 팽팽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어떤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고삐를 잡지 못한다면 그러한 고삐가 작용할 수 있는 사업인지 체크해야 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돈줄입니다.
500억에서 1,000억 정도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순수하게 자기 자본만으로 이런 규모 있는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자는 세상에 없습니다. 누군가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이지요. 그 투자자는 제1, 제2 금융사가 될 수 있고, 증권사 될 수 있고, 사모펀드가 되거나, 신탁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PF(Project Financing)는 바로 이러한 투자자들의 심사대입니다. 이 사업이 과연 수익이 나는 사업인지, 그래서 우리가 대출을 진행했을 때 리스크는 없는 것인지를 다각도로 검토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금융심사가 진행되고 통과한 사업만이 우리의 속을 썩이지 않고 준공이란 결과물을 위해 쉬지 않고 나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개발 시행 사업이 이 금융 PF의 심사대에 올라가기 위해선 반드시 인·허가가 완료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허가가 완료되어야 비로소 이 금융심사대에 올라설 수 있는 자격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금융 PF를 전혀 검토하지 않고 단지 "투자는 약속되어 있나요?" 정도의 문답으로 검증을 끝낸다면 "아니요 아직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습니다"라고 고백하는 사업자가 있을까요?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예전에는 많은 자치단체가 개발사업자가 내미는 한 장 짜리 사업 수지표를 보고, 또는 조금 더 나아가 회계법인에서 검토한 사업 수지표나 현금흐름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했습니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복잡한 회계서류를 검토할 역량이 부족하기도 했고, 애초에 금융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고 선 그어 왔기 때문입니다. 투자는 투자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해 왔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중대한 핵심을 놓치는 것입니다. 우리가 금융 PF의 확정만이라도 확인한다면 시행자는 단 하루도 허투루 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대출이 실행되고 일단 돈이 인입되기 시작하면 하루하루 이자와 수수료가 쌓여나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업이 처음 약속되었던 선의대로 진행되기를 원합니다. 목적사업이 그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돈줄을 잡거나, 또 다른 무언가를 담보로 잡아야 하는데 돈줄은 우리의 고삐가 아니니 우리는 무엇을 담보로 잡아야 할까요? 답은 돌고 돌아 다시
땅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先대부 後매각】방식을 통해 목적사업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공무원이 땅을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