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머리는 딱 그 나이만큼의 감정들로 젖어 있구나
엄마는 얼마 전 다이슨 드라이기를 샀다
방울방울 젖은 사춘기 감정들을 달래기에
10년 전 상표는 트렌드에 뒤처진다고 생각했을까
젖은 머리칼들은
오늘도 등교하기 싫어 투덜투덜 엉켜있다가
바람이 닿을수록 차츰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모바일 램프 속 지니를 불러냈구나
음악이 재생되고 너의 머릿결도 노래가 된다
나는 마치 가벼운 바람이 된 것 같다
호밀밭의 파수꾼처럼 푸르게
언제까지고 너의 머리를 말리는
바람이 되어도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
진실로 그런 생각을 했다
어느 날 느닷없이 아빠 머리 좀 말려줘 라고
네가 말했을 때, 그야말로 투명하게
아무말 대잔치 같았던 그것은
너를 씻기고 먹이고 재우고 했던 지난날들과,
그런 날들 속에서
때론 너에게 매를 대고 몹쓸 언어들을 쏟았던
사나운 날들과, 그리하여 그 모든 날들이 합하여진 지금에
나는 너에 대해 어떤 선함을 지켜가고 있는가에 대한
자책과 의문을 모두 날리는 바람이었다
그것은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