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도시 안과에 가면
흐릿한 인생들이 시력검사를 받는다
하얀 머리처럼 눈동자에도 백발이 들어
더욱 힘이 빠진 백내장들
오늘 아침 흐린 길 밟으시고
띄엄띄엄 몇 시 버스에 오르셨을까
지방이라 이런 안과는 읍내에는 없고
여기 시(市)까지 버스도 번호를 바꾸었을 텐데
좀처럼 바뀌지 않는 순번표
굳어버린 숫자들을 손에 쥐고
점심을 거르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5분이면 끝날 진료
지방 소도시의 안과에는
그 5분을 향해 하루 반나절의 수고가 온다
며칠의 고민이 버스를 타고 온다
아들딸 며느리는 서울 살고
혼자가 혼자랑 오는 때가 있다
그렇게 와서는
다음 주와 다음 주, 몇 번 더 와야 한다는
의사선생의 말씀을 듣는다
저항없는 눈동자들
끄덕끄덕한다
그냥 끄덕끄덕하고 대기실에 나와 앉아
나도 저쪽도 서로 잊고 있었는데
간호사가 묻는다
"아직 안 들어가셨어요"
"아이 미안해요, 한숨 돌렸다 간다는 게"
할머니는 그제야 일어선다
아버지를 모시고 안과에 왔다가
갑자기 나는 못 볼 것을 본 것만 같고
또 영 모르는 저 서울 사는 아들도 되고 싶고
그런 마음, 왈칵 쏟아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