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서
아버지는 한 달 치 철분을 받았다
남자는 철분이 부족하면 안 된다는데
팔십이 넘은 육신은 남자도 아닌가 보다
묵직한 철분은
뒷좌석 상석에 모시고
마른 아버지는 앞자리에 앉으셨다
윈도우를 내리자 바람은 바다처럼
얼굴을 화악 디밀고
그리고 아버지를 막 만진다
푸르르 셔츠 깃이 날리더니
호르르 머리칼이 높이 선다
아버지는 가만히 바다와 바람의 사랑을 받는다
풀어지듯 날리는 그는
젊은 시절의 아버지 같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입속에서 무언가를 오물거리는데
그것은
부자(父子)가 그야말로,
오랜만에 뽑아낸 두어 시간
그 시간이 눌러 내린 막국수
그 막국수 속의 참깨라는 것을
나는 안다
은근한 염려와,
수고 많았다는 격려가
참깨처럼 뿌려졌던
막국수 두 그릇, 어쩌면
삶의 메인 식사는 끝이 나고
차분한 뒷맛만이 감도는
아버지도 나도 서로의 속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