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저녁 하늘은 픽업하지 않겠어

by 긴오이

딸아이 학원이 끝날 시간

멀지 않았지

나는 야금야금 시간을 갉고 있지

볼빨간 사춘기 노래를 듣지

저녁 하늘은 조금 침침해

내가 근시라는 것은 얼마 전 알았어

가까이 잘 보이는 것을 왜 질환으로 명명했을까

멀리 있는 것들은 잘 보이지 않지

그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

저기 불법 주정차 단속 중은 100m

굳이 읽히지 않아도 좋아


나는 가까운 것들을 사랑하겠어


저녁 하늘을 바라보는 자동차 안

작은 기타 소리가 들리지

머릿속을 쌀랑대는 이 상념들

모두 노래가 되지, 시가 되지

멀리 뻗어나가면 그냥 흩어지는 걸

나는 주워 담겠어 쓸어 넣을게

딱 이 범주 안에서 딸애처럼 빛나길

나는 키워가겠어

부양하겠어


아마도 삶은 야금야금 전진할 거야

나는 그냥 근시가 되겠어

10분 뒤 튀어나올, 까불 걸음과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겠어

흐린 저녁, 저 먼 하늘은 픽업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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