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하는 음식
힘들어하는 당신에게 힘이 되는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어떤 말이, 어떤 행동이 가장 당신의 마음을 위로할지.
또 당신이 그것을 느끼게 될지 생각해내는 게 너무 어려워 한동안 침묵만 이어갔다.
충분히, 또 아무렇지 않게
"힘내, 괜찮아, 넌 할 수 있어."
건넬 수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혹여 내 위로랍시고 하는 말들이 부담이 되진 않을까 싶어서.
너무 소중한 감정이었고,
지키고 싶은 사람이었기에.
결국 당신이 좋아한다던 만두를 사서 당신 손에 쥐어줬다.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좋아하는 걸 주고 싶었어. 나도 가끔 힘이 들 때면 좋아하는 노래를 듣거나 음식을 먹곤 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조금 나아지기도 해서."
조심스럽게 말하고 당신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해지도록 돌아서려는데 조금은 진정이 된듯한 당신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에 먹네."
그 목소리는 차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차분함이 기분이 아직 나아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더 내려앉은 것인지, 혹여나 차츰 올라오는 기분을 애써 아끼려는 것인지 분간되지 않았다.
만두의 고소한 냄새가 당신과 나 사이의 공간을 메웠다.
만두 안에 들어있던 김치를 씹는 소리까지도 분명하게 들렸다.
분명 갈아서 넣은 것일 텐데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큼 김치의 아삭함이 잘 느껴졌다.
괜찮아, 조금 나아질 것 같아. 이런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아니라면 그저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혹은 그렇게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런 것인지 이번에도 의도가 분간되지 않았다.
"맛은 괜찮아?"
좋아하는 음식을 사주고도 이게 적절한 위로 방법이 아닐까 봐, 너무 즉흥적으로 판단한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그새 바뀌진 않았을까, 지금 먹고 싶은 음식은 냉면처럼 차갑거나 혹은 닭발처럼 매콤한 게 아니었을까.
물어볼 걸 그랬나, 먹고 싶은 게 있는지.
그저 당신의 기분이 나아지기를 바라며, 꼭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새기는 특별한 시간이 되기를 바라며 진심을 다해 기다렸다.
"나 있지. 어릴 때 생각이 나. 엄마가 나를 혼내실 때면, 내가 울고 있을 때면 만둣국을 끓여주셨거든. 기분이 안 좋을 땐 뜨끈한 걸 먹으며 감정을 같이 녹여야 된다고 하시면서. 그래서 있지. 나 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만두를 하나 남기고 당신이 말했다.
조금은 울먹이는 것 같기도 했는데 나의 선택이 당신에게 좋은 위로가 된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건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미다.
지나간 것은 어쩌면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소중하니까.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주 나쁜 기억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시간이 지난 것들은 모두 미화가 되고 제법 괜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만두가 따뜻해."
당신이 말했다.
한층 고조된 목소리로, 자칫하면 소리를 지르는 것처럼 느껴질 듯이.
고마웠다.
서툰 나의 마음이 당신에게 닿아서.
당신이 조금은, 그러니까 만두를 먹기 전보다는 감정이 차분해진 것 같아서.
당신의 삶을 너무 미워하지는 않는 것처럼 보여서.
안도하며, 마지막 만두를 먹는 당신을 바라봤다.
아직 김이 나는 만두에서 문득 내 어린 시절이 어슴푸레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