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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Jun 22. 2016

왜 우린 어른이 되고 싶었을까

어른이 되면,  더 자유로울 것 같았다.


나는 항상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학창 시절, 선생님들은 우리에게 "너희 스무 살 되면 제일 먼저 뭐하고 싶어?"라고 물어보시곤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스무 살은 하고 싶은 걸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처럼 느껴졌다.

스무 살이 되면 어느 것도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수 있을 것 같았다.

스무 살에 임박해질수록 그 마음은 더 간절했다.

조금만 더 지나면, 꿈꾸던 어른이 된다는 생각에.

그때 우리에게 스무 살이란 신비감 그 이상을 선물해주었고, 기대를 부풀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그렇게 우린 스무 살이 되었다.

처음엔 좋았다.

한 6개월까지는, 길게 1년여까지는.

학창 시절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당당하게 할 때마다 비로소 어른이 된 것 같았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살 수 있었고, 영화관에서 19금 스릴러를 볼 수 있었다.

민증만 내밀면 모든 것이 가능한 세상에서 잠시 우월감을 느끼기도 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세상이 내 편일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린 깨달았다.

생각보다 스무 살은 달콤하지 않다는 걸,

어른이 된다는 건 자유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생각했던 것보다 이상과 현실의 거리는 멀기만 했다.

스무 살이 되면 뭘 할지 리스트를 작성해두곤 했는데 막상 생각해보니 부질없어 보였다.


어릴 때는 용납되는 실수도 어른이 되자 '나잇값 못한다'는 평을 받아야 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유로운만큼 책임감을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고등학생 때 스릴러를 보러 가면서 제발 민증 검사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빌곤 했다.

그런데 지금은 민증 검사를 하지 않으면 왠지 모르게 씁쓸하다.

어느새 내가 이렇게 자랐구나.

너무 많이 커버렸구나.

 

그러다가도 시간이 훅 지나갈 것 같아 두려워진다.

그러다 보면 나도 누군가의 엄마가 되겠지.

그때가 되면,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될까?


확실히 어릴 때 느꼈던 것보다 시간이 빨리 간다.


어른으로 살아보니 삶이 참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너는 공부만 하면 되잖아.라고 했던 어른들의 말씀을 조금은 알 것 같다.

공부를 하는 것도 힘들지만, 돈벌이는 더 힘들다는 걸.

학생 때는 시험 문제를 풀었다면, 어른이 되면 생존 문제를 풀어낸다는 걸 말이다.

먹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달픈 일인지.

퇴근길에 부모님이 치킨이나 피자를 사 오시면, 그날은 정말 힘든 하루였다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우리를 생각하며 버텨내셨다는 걸,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음을.

술 드시고 오시는 아버지에게 풍기는 냄새가 싫었는데

이제는 아버지가 얼마나 지친 하루를 보내셨을지 알 것 같다.

그때 한 번 안아드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도 부모님처럼 살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릴 때 생각했던 것처럼 낭만만을 품고 있는 게 아니었다.

삶의 쓴맛과 매운맛을 견뎌내고 눈물을 쏟아내고, 그걸 견뎌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

우리도 부모님처럼 잘 버텨낼 수 있을까?


누군가 그랬다.

둘리보다 고길동이 불쌍해지면, 너도 어른이 되는 거라고.




오늘은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해보자.

오늘 하루도 우리를 위해 힘든 하루를 보내신 부모님을 위해 감사의 말씀을 전해보자.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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