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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Jun 23. 2016

사람을 믿어도 될까?

매일같이 묻지마 사건이 일어나는 요즘.


밤늦게 우유를 사러 갔다 오다가 벤치에 두 어 명의 사람이 앉아있는 걸 봤다.

순간 요즘 극성인 묻지마 사건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집으로 걸어갔다.


이유 없이 사람을 시기하고, 미워하는 사회.

최근 일어난 묻지마 사건만 해도 30여 건이 넘는다.

쳐다봤다는 이유로, 자기가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무수히 많은 희생자를 만들고 있는 요즘.

이제는 처음 만난 사람에 대해 경계를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어쩌다 세상이 이렇게 됐을까?

이런 상황에서 인간관계에 희망을 품으며 살 수 있을까?


유치원이나 학교에선 잘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건 받지 말라고 교육한다.

학교가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고, 혼자 밖에 있지 말라고 한다.

'나영이 사건'을 비롯한 각종 끔찍한 범죄.

아이들에게 사람을 믿기보다는 경계하라고 해야 하는 사회.

무엇이 옳은 것이며, 무엇이 그른 것일까?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지나가다 처음 만난 분에게 스스럼없이 인사할 수 있었고,

또 그분들이 주시는 간식거리를 의심하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엄마가 잠깐 밖에 나갈 때면 이웃에게 아이를 맡기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모든 집의 대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딱히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의심하지도 않았던 시대.

이웃 간 음식을 나눠먹고, 이사를 가면 집집마다 떡을 돌렸던 때.


그때가 그립다.


이젠 엘리베이터를 타도 처음 뵙는 분들이 대다수이며

마스크와 모자를 쓴 남자를 경계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처음 만난 사람과는 눈도 마주쳐서는 안 되며,

그저 내 갈 길만 가야 한다.


사람들의 삶이 피폐해지면서 사람 간의 정 역시 피폐해지고 있다.

평소 잘 알던 사람에게 사기당한 개그맨 윤정수 씨나 그 외 유사한 사례들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 역시 언젠가는 떠날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에 그치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결론은 불확실한 상황에 의문을 두지 말고, 현재를 즐기기로 했다.

내 지인은 대학생 때 오래된 친구로 인해 다단계에 끌려갈 뻔했었다.

워낙 오래된 친구이며, 친했기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단계인 줄 알았을 때, 화가 나기보다는 비참했다고 한다.

자신의 오랜 믿음이 깨지는 것 같아서, 덩달아 오랜 우정 역시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서.

워낙 진심으로 사귀었던 친구였기에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한다.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도 불리는 다단계에 자신을 이용하려 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 이후로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모든 진심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 사람 역시 언젠가는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온전히 마음을 주기 힘들었다.

그렇게 모든 마음을 줬다가 추후 상처받는다면 본인만 초라해질 것 같아서.

상처받더라도 쿨하게 보낼 수 있는 관계만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마음 한 곳이 항상 휑해졌다.

누구에게도 진심을 털어놓을 수 없는 관계란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그녀는 외로웠고, 사람들이 그리웠다.


그래서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지레 겁을 먹기보다는 현재 일어나는 일만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연락하고, 교류하게 되었고

그녀는 다시 행복해졌다.

한마디를 하더라도 진심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를 했고,

상대의 삶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갖는 관계에서 설령 상처를 받게 된다 해도 미련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그녀는 최선을 다했기에.   


우리 역시 추후 일어날 일을 생각하며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상대방에게 온전히 내 마음을 쏟아내도록 하자.

그리고 떠난다면 쿨하게 보내주자.

오는 사람 막지 말고, 가는 사람 붙잡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인간관계에 집착하지 말고 편하게 생각한다면, 훨씬 풍족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해도 보증, 돈거래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돈 잃고 사람 또한 잃을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처음 만난 사람은 경계하되 위축되지 말고.

이웃에게는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네 보도록 하자.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으면, 내가 먼저 옆집에 나눠주고.

사람들에게 먼저 칭찬을 해보자.

문화는 나로 인해 만들어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많음을,

내가 노력하면 원하는 삶으로 충분히 바꿀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지금 이 순간, 누군가는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런 차원에서 최소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해보는 게 어떨까?

기다리지 말고, 내가 먼저.

지친 당신의 지인에게 손을 내밀도록 하자.

그 사람의 손을 잡아 힘을 줄 수 있도록.


당신, 아직 괜찮다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요즘 묻지 마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  

이젠 여기에서 그만 멈췄으면 좋겠다.

말도 안 되는 사건으로 사람들이 피해보지 않았으면 한다.

나의 외할머니는 혼자 사시는데 요즘 세상이 흉흉해서 계속 집에만 계신다.

원래 평소에는 공원에 가서 산책도 하시고 노인정도 가시는데 몇 달째 돌아다니지 못하신다.  

노인, 여성을 상대로 한 묻지 마 살인에 많은 분들이 이렇게 피해를 입고 있다.

어르신들도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2년에 한 번 신체건강검진을 하듯 심리상담과 심리치료도 주기적으로 국가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최근 국가에서 여성을 위한 자궁경부암 무료검진을 시작하였는데 이제 신체뿐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도 함께 해줄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자살률도 줄어들고 묻지마 사건도 없어질 거라고 믿는다.

보다 더 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행복만을 선물해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당신 주변 사람들의 심리 상담만큼은 당신이 해줬으면 한다.

지인의 진심 어린 말과 칭찬이 그 누가 해주는 것보다 와 닿을 테니까.

평소 시간을 내 주변 사람들의 상황과 감정, 심리상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진심을 다해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면,

분명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잘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 역시 주변 사람에게 쉽게 기댔으면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해라.

혼자 끙끙 앓고 있지 말고.

당신은 충분히 행복할 가치가 있는 존재다.


나는 누구보다 당신을 응원한다.

항상 좋은 일만 생길 것을,

그리고 피폐한 세상 속에서도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만큼은 예전만큼 풍족한 정을 나누기를

진심을 다해 기도한다.   


나는 당신을 믿는다.

그리고 나 역시 당신에게 믿음을 주도록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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