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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Aug 17. 2016

네가 내 곁에 있어서 정말 행복해

항상 고마워.


 어제는 말복이었다. 

7월 중순의 초복을 지나 어느새 말복이 되다니 이럴 때면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실감한다. 


어릴 땐 몰랐던 것들이 요즘 들어 하나 둘 보이게 된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 

그건 지금과 같은 시간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접할 시간들이 하루하루 사라진다는 것. 


그래서 난 요즘 내 곁의 사람들에게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혼자 자취하며 힘든 일상을 보내는 친구가 있다. 

혼자 사느라 제대로 음식도 챙겨 먹지 못할 것 같아서 항상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서 어제 오로지 그 친구만을 생각하며 초계탕을 만들었다. 

아무리 이열치열이라고 하지만, 더운 날씨에 밖에 나갔다 와 

또 뜨거운 음식을 먹는 건 힘들 것 같아서 시원한 보양음식을 생각하다가 초계탕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전날 미리 장을 봐와 아침에 통마늘, 통후추, 양파, 상황버섯 등 다양한 부재료를 넣고

 닭을 삶았다.


그리고 소스를 만들어 간을 한 뒤 국물을 식혀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닭고기는 따로 살을 바르고 소스에 버무렸다. 

그 외 무순, 달걀지단, 토마토, 적채 등 토핑 재료를 준비하고, 소면을 삶았다. 


친구의 퇴근시간에 맞춰 국물을 보온병에 옮겨 담고, 고기와 토핑 재료 등을 포장하여 친구 집 앞으로 갔다. 


마침 친구도 집에 오는 중이었고, 그렇게 집 앞에서 마주칠 수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그녀는 정말 고단하고, 힘들어 보였다. 

그 얼굴을 보자 얼른 초계탕을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힘없이 걸어오다 집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한 그녀는 네가 여긴 웬일이냐며 놀랐다.

 

요즘 네가 힘들어 보여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에 준비했다고 쇼핑백을 내밀자 그녀는 눈물을 쏟았다. 

오늘 하루 정말 힘들었다고, 말복인 것도 잊고 있었다고.


그녀는 내가 싸온 음식을 남김없이 먹었고, 그 모습을 보니 삶이 참 행복하다고 생각됐다. 

나로 인해 기운이 난다며, 정말 고맙다는 말을 계속하는 그녀를 보며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너에게 힘을 줄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해. 

너의 하루를 공감하고, 진심을 헤아릴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해. 


그녀는 또 한 번 눈물을 흘렸고, 나는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오늘 하루 정말 수고 많았어."


너의 삶을 응원해줄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해. 

너란 친구가 내 옆에 있어서 감사해. 


살면서 우리가 감동하는 순간들은 사실 큰 게 아니다. 

따뜻한 밥 한 끼, 따뜻한 말 한마디.


우리는 이런 소박한 것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거창한 게 아니어도 좋다. 


그 사람에 대한 진심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평소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그 사람의 힘든 삶들을 공감한다면. 

그 마음을 담은 편지 한 장 만으로도 힘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내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음에 감사한 하루였다. 

어떤 사람이 나로 인해 기운을 얻고 행복해한다면, 그 삶은 참 괜찮은 것 같다. 


당신에게도 복날, 따뜻한 응원을 선물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금 바로 연락하세요. 


난 항상 너를 응원한다고,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그 이후 그 사람이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행복해진다면, 

당신은 아마도 오늘 밤, 잠들지 못할 거예요. 


정말 행복해서. 가슴이 찌릿찌릿 뜨거워져서.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지만, 그럼에도 어제의 시간은 아쉽지 않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가 행복했던 시간을 앞으로도 추억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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