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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Dec 08. 2016

당신의 하루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한동안 바빠서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혹시 오늘 시간 되니?"


나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응 시간 돼. 오늘 만날까?"


지인들로부터 갑작스럽게 '오늘' 만날 수 있냐는 연락이 오면, 나는 할 일을 제쳐두고라도 나가는 편이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왔을 때는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 번 째는 요즘 무료하거나 힘들어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를 찾는 것.


두 번 째는 너무 힘든데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내가 생각난 것. 


어떤 이유에서건 '지금', '현재' 함께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누구나 사람을 그리워하고, 때론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일지에 의문을 갖는다. 

누구나 한 번쯤 곁에 좋은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 역시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당신이 힘들고 지칠 때 

당신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쯤 있다면, 

하루의 피로가 녹아들듯 행복해질 것이다. 


한 사람의 힘이, 사소한 순간들이 그렇게 위대하다. 


당신 곁의 누군가가, 혹여 오늘 처음 본 사람일지라도 

같이 술 한 잔 하자고, 오늘 시간 되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재지 말고 함께하라. 


그 순간이 그 사람에게는 새로운 희망이 되기도 하며, 

치유가 되고, 사랑이 된다. 


또한 당신에게는 당신을 좋게 생각할 당신의 편이 하나 생긴 셈이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끼는 계기가 된다. 


왜 만나자고 한 건지, 무슨 일이 있는 건지 사사건건 묻지 말고, 

그저 "오늘 많이 힘들었지?" 한 마디와 술 한 잔 따라주도록 하자. 


그에게 필요한 건 자신의 행동을 분석하고 조언해줄 사람이 아닌 

그저 자신의 감정을 토닥여주고, 아직 괜찮다고 위로해줄 사람일 테니까.


너무 힘들 때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때가 있다.

힘들었던 일들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가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싶어 하고, 들어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차라리 다른 이야기를 함으로써 그 사람의 마음이 잠시나마 편해지도록 하라. 


그 만남은 단순히 당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왜? 무슨 일인데? 궁금해."


그는 그저 힘이 들고 지쳐 잠시나마 지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편히 쉬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가 먼저 자기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한, 먼저 그 얘기에 대해 물어보지 말고 

아무 말 없이 소주 한 잔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자신의 곁에서 사람들을 편히 쉴 수 있게끔 하는 큰 나무 같은 존재가 되자. 


"앞으로 잘 될 거야. 나는 너를 응원해. 언제나 네 곁에 있어줄게."


묵직한 이야기, 진실된 말들로 그 사람의 지치고 공허한 마음에 

따스한 감정을 하나 둘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누군가의 지친 마음이 당신을 만나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곁에 있는 사람에게 안정과 사랑,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기를. 


그래서 당신 역시 힘들고 지칠 때 

당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침묵 속에서 당신의 어깨를 어루만져주고 

진실된 말들로 당신의 하루를 따스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쯤 있기를. 


그래서 우리가 오늘을 위로받고,

힘을 내서 내일을 살며 

조금씩 따스하고 푸근한 시간들을 그려 알록달록 예쁜 색들로 삶을 물들일 수 있기를. 


비록 그 색이 자세히 봤을 땐 어두운 색도 번져있고, 

정체불명의 색들이 섞여있을지라도 


그래도 괜찮다. 

그래도 아름답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이 말 한마디면

그 색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당신의 삶이 됩니다. 


당신,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당신의 하루, 당신의 시간, 그리고 당신의 사람들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당신 곁에 있었으면 하는 진실된 사람들의 수만큼 

당신 역시 사람들에게 진실과 사랑을 들려줄 수 있다면


당신, 그래도 제법 괜찮은 사람이에요. 

누구보다 성공한 삶을 살고 있네요.



진실된 관계는 결코 쉽게 맺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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