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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연 Mar 22. 2017

관계는 폭넓은 시각을 지니며 완성된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가끔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만 보고,

상황 탓을 하거나 상대방을 비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가 화를 내야 했던 이유가 있듯,

상대방에게도 그렇게 행동해야 했던 이유가 있다는 걸 알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유를 들어보기도 전에 지레짐작하여 상대를 판단하거나

결과를 결정짓게 되면, 수많은 오해가 생겨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다.


또한 나는 나대로 비난을 하니 그만큼 에너지가 소모되고, 감정이 상해버린다.

또한 상대는 상대대로 비난을 받으니 방어를 하고자 나에게 그만큼의 감정을 표출한다.

결국 서로 안 좋은 감정을 공유하며 관계에 지쳐버리게 된다.  


작년에 장염으로 입원했을 때 6인실에서 지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어젯밤 잠을 한 숨도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이유를 들어보니 아주머니 옆에 있는 어린 학생이 밤새 코를 골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숨도 못 잤다며 학생 욕을 하셨는데 그에 대해 나머지 분들도 합세하여

'맞아 너무 시끄럽더라.' 하셨다.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를 고는 건 생리적인 현상인데 그 소리가 듣기 싫으면 귀마개를 끼고 자거나 1인실에서 자야 한다.

잘 때 시끄러운 것 까지는 본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귀마개를 끼고 자도 시끄럽다면, 그땐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만약 코골이로 인해 시끄러운 게 아니라 밤에 학생이 통화를 하거나 노트북을 하는 등 제어할 수 있는 행동을

제어하지 않은 거라면 학생이 잘못한 것이다.


그런데 코골이와 같이 제어할 수 없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인해

시끄러운 것은 각자 귀마개를 끼는 등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비슷한 사례로 카페나 독서실에서 공부할 때의 소음상황을 들 수 있다.

요즘 인터넷에는 독서실이나 도서관에서 메모지에 조용히 해달라는 내용을 주고받는 사진이 떠다닌다.

물 마실 때 조용히 마셔라, 숨을 조용히 쉬어라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인데 그런 소리마저도 싫으면,

귀마개를 끼거나 폐가 같이 인적이 드문 곳에서 공부해야 마땅하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거나 노트북을 하며 시끄러운 게 아니라 '생활'하면서 내는 생활소음의 경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이므로 그만큼 희생하고, 이해해야 한다.


카페에서도 공부하는 사람들이

대화하는 사람들에게 시끄럽다고 눈치를 주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큰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독서실인가? 도서관인가?

거기는 카페다.

카페는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곳이 주가 되어야 하지,

공부를 하는 곳이 주가 되어선 안 된다.

공부를 하고 싶으면 스터디 카페도 있다.


대화를 하는 사람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부하는 사람이 눈치를 봐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그 상황의 '목적'을 잃지 말자.

어떤 관계든 내 입장에서만 상황을 해석하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자.


자신의 관점에서는 서운한 것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이해가 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 장소에 무려 한 시간이나 늦게 왔다.

내 입장에서는 화가 나고, 서운할 수 있지만 그렇다 해서 무턱대고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늦게 온 이유에 대해 들어봐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불안하고, 초조할 사람은 늦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화를 내기보다는 조심히 오라고 좋게 이야기하여 감정을 풀어준 뒤 이유를 들어보자.

정말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어차피 이미 늦은 상황인데 화를 낸다 해서 더 빨리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화를 내지 않아도 상대방은 이미 초조하고 불안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까지 화를 내게 되면, 상대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화를 내서 나아지지 않을 상황이라면, 괜히 감정 소모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

괜한 감정 소모는 자신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늦을 것 같다고 하면, 주변에 시간을 보낼 만한 것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훨씬 유용하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거리의 풍경을 감상해도 좋고,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마음을 가꿔도 좋다.


이미 엎질러진 물에 화를 낸다 해서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다.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감정을 소모하여 상황이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면,

당장 화를 내기보다는 차라리 그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써보자.

그리고 상대방이 도착했을 때 조곤조곤 대화로 풀어내면 된다.

그냥 넘어가고, 참으라는 게 아니다.

상대방과 만나서 물어보고 대화로 풀면 될 일을 사전에 지레짐작하며

감정 소모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앞으로는 늦지 않았으면 한다고, 혹은 다른 실수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규칙을 정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은 앞으로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상대가 늦는다고 연락했을 때 화를 내는 것은 현재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저 나의 감정을 소모하게 되는 셈이다.


과거 지인과 약속을 잡았는데 사십 분 넘도록 지인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연락을 해보니 오다가 타이어 바람이 빠져서 A/S를 불렀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게다가 평소보다 집에서 일찍 나서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이해했다.

화도 나지 않았다.

내가 상대의 상황이라고 가정했을 때 상대방이 화를 내지 않더라도 굉장히 미안할 것 같았다.

그런데 거기에 상대가 화까지 내면, 그 사람은 계속 자기 탓을 하며 우울해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카페에 가서 음료를 마시고 있는 사진을 보내며 어차피 앉아서 시간 보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였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이유라는 게 있다.

아무리 내가 화가 나고 서운해도 한 템포만 물러서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보자.

나라고 그런 상황에 처하지 않을 거라는 법이 없다.

난처하고, 힘든 상황에서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고마울 것이다.


간혹 사람들은

상대방의 행동이나 습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상대에게 그만 할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지 말라고 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좋아하는 행동을 내가 어떤 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가?

그 행동이 싫으면, 만나지 않으면 된다.

혹은 적어도 그 행동을 어쩌다 좋아하게 된 건지 진실된 대화를 해봐야 한다.

내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는 행동도 상대에게는 소중한 습관일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소중한 것들이 나에겐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생각과 상황이 존재한다.


내 생각만으로 파악하지 말고, 물어보고 공감해야 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부분을 바라볼 때 관계가 깊어진다.



상대에게 불만이 있거나 다투던 중

 다툼이 점점 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상황이 전혀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다투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처한 상황을 전달하는 데 급급하다.


어떤 이유로 인해 화가 났는지, 상대의 어떤 행동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상황 전달'에 관해 이야기할 뿐

상대와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끼더라도 자신이 '공격'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방어하게 된다.


상대방과의 갈등 상황을 대처하는 방법은 갈등을 더 키우려는 게 아니라 풀어가려는 거라면,

YOU 메시지가 아닌 I 메시지를 사용하여야 한다.


I 메시지는 주어를 '나'로 시작하는 문장이고, YOU 메시지는 주어를 '너'로 시작하는 문장이다.


'너는 나에게 이렇게 했다, 그래서 나는 서운했다.'


이렇게 주어를 '너'로 사용하는 게 YOU 메시지다.


하지만 저렇게 주어를 '너'로 사용하여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면, 상대방은

나는 그 사람에게 공격을 받고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나는 그 사람을 힘들게 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으레 사람들은 지적받고, 자기가 문제 있는 걸 평가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YOU 메시지를 사용하여 대화를 할 경우엔 상대방은 자기를 방어하고자 오히려 더 화를 내고

감정을 격하게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감정적으로 대하다 보니 애초 내가 문제 삼았던 부분이 고쳐지기는커녕 오히려

다툼이 커지게 된다.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훈계를 당했던 내용을 예로 들어보자.


너는 왜 이렇게 했니,

너 때문에 엄마가 속상하잖아,

네가 접시를 깨서 엄마는 화가 나,

네가 이렇게 해서,

네가 연락을 하지 않아서,

네가 학원 숙제를 안 해서.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잘못한 것이 맞는데도 괜히 반항하고 싶어 진다.

왜냐하면, 저 말투에는 이미 너는 '문제가 있어'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래, 나를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자기를 그 정도밖에 믿지 않았음을, 자기를 나쁜 사람으로 취급했음에 상대의 말에 방어를 한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자기는 그런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기에

앞으로도 그런 상황을 반복하는 것이다.


하지만 I 메시지를 사용하면, 받아들이는 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서 위에 부모님이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화를 낸 것을 변경해보자.


엄마는 네가 항상 자기 일을 잘하고, 엄마 이야기를 경청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런데 네가 학원 숙제를 하지 않았는데 혹시 그 이유를 알 수 있을까?

혹시 힘든 일이 있는 거야? 아니면, 숙제를 하기 싫었던 거야?

엄마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

엄마는 항상 너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거야. 네가 힘든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엄마에게 이야기해줘.


이렇게 I 메시지를 사용하면, 똑같이 학원 숙제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임에도

YOU 메시지에 비해 훨씬 부드럽게 들립니다.


상대방은 I 메시지를 사용한 말을 들었을 때는 '방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모든 것을 '오픈'하고 싶어 진다.

그리고 YOU 메시지와는 다르게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YOU 메시지는 내가 화난 상황만 생각하고 상대방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 알려고 하기보다는

무작정 상대에게 화를 내는 경우라면,


I 메시지는 내가 화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최대한 공감하며 오히려 다독여주고 있다.


화가 날 땐 무작정 화를 내기보다는 오히려 상대방에게 그럴 수 있겠다고, 다 이해한다고 말하며

포용하도록 하자.


나의 입장에선 화가 나는 상황에서 딱 세 걸음만 물러서서

상대의 입장에선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생각해보자.


오해와 이해는 딱 세 걸음 차이다.


내가 화가 나도 상대방의 행동을 공감하고자 하면,

상대는 앞으로도 당신에게 공감받을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런데 화가 난다 해서 무작정 상대에게 화를 내면,

자기는 나름 노력을 한 건데 안 좋은 평가만 받으니 기운이 빠지고 열심히 노력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상대는 어차피 자신을 그런 존재밖에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앞으로도 그렇게 행동하게 되고, 관계에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사과를 할 때도, 다툼이 있을 때도 언제나 상대방을 '공감'하는 자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1. 사과

2. 상대의 기분과 상황에 대한 공감

3. 상황에 대한 설명

4. 앞으로의 다짐

 

사과를 할 때는 위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어야 하며,

다툼이 있을 때는 I 메시지를 사용하여 상대의 행동으로 인해 내가 느낀 감정,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해야 하는지 공감하는 태도로 진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상대의 행동에 대해 지적하고, 그로 인해 현재 나의 기분이 상했다는 사실만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내 기분도 상하게 한다.

상대로 인해 내 상황과 기분이 안 좋아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지만 상대의 상황에 대해 궁금해하고, 공감하려 한다면, 나의 감정 역시

차분히 상황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된다.


이렇듯 언제나 관계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공감하고, 이해하며

시각을 키워야만 관계의 갈등을 풀어내고, 보다 돈독해진 관계를 얻을 수 있다.


사랑은 이렇게 관점을 키워 보다 넓은 시각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그 사람 맞춤형 배려를 하는 것.


다른 사람들에게도 통하는 사랑과 배려가 아닌 그 사람만을 위한 배려를 하며,

그 사람의 상황에 공감해주는 것.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때는 향수를 뿌리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는 뿌리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이 향수 향이 좋은 거라고 설명할 필요는 없다.

성향이 다른 거니까.


이처럼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에 숨어있는 보이지 않는 상대의 숨은 감정과 행동을 바라보자.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 내가 처한 상황은 잠시 뒤로 보내고,

상대의 감정, 상대가 처한 상황을 바라보며 관계의 관점을 넓혀보자.


나는 왜 그렇게 행동해야 했고, 상대는 왜 그렇게 행동해야 했는지

나는 왜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고, 상대는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는지

퍼즐 맞추기를 하듯 너와 나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 관계의 문제를 풀어내자.

또한 상황과 관계의 '목적'을 잘 헤아리자.


세 걸음만 물러서서

넓은 관점으로 바라보면,

비로소 진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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