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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새벽>

작문3

by sinewave

미국에서 일하다가 한국에 쉬러 온 친구를 만나러 A그룹 4명이 모였다. 유명 건설업체에서 일하는 친구는 미국에서 월급이 8500불이란다. 액수가 엄청 커서놀랐다. 연봉 1억이 넘는 친구 앞에서 위축됐다. 나는 한 달에 50만원 버는데… 무리 중 나 혼자 학생이었다. ‘규완아 너가 빠른 건 아니지만, 늦은 것도 아니야.’ 친구는 조울증에 걸려 회복하느라 아직 졸업하지 못한 나를 위로했다. 옷도 고급스럽고, 고기도 술도 사는 친구들이 멋지고 고마웠다. 밤새 신나게 술 마시고 놀다가 해 뜰때부터 해 질때까지 잤다. 하지만 한편으로 열등감을 느낀 밤이었다.


나이 들어 군대에 가서 휴가 나온 친구를 만나러 B그룹 3명이 모였다. 음대를 다니다가 자퇴하고 실용음악을 하다가 군대에 갔다. 군대에 가니까 걱정이 늘었다고 했다. 친구는 20대 동안 너무 놀았고 이뤄 놓은 게 없어서 미래가 걱정된다고 했다. 걱정이 된다고 해도 군대에서 운동말고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걱정이 가중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고민을 토로하는 친구 앞에서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건 동병상련일까? 내가 조금 앞서 있다는 우월감 일까? ‘규완아 너는 그래도 대학교를 졸업 하니까.’ 한숨을 쉬는 친구 앞에서 나도 모르게 약간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날도 밤새 술 마시고 놀다가 해 뜰때부터 해 질때까지 잤다. 안도하는 내가 싫었던 밤이었다.


학교 다닐 때 학교는 성적을 줄 세워 게시판에 붙여 놓고 경쟁을 부추겼다. 나는 등수가 오르면 환희에 차고 등수가 낮아지면 절망에 빠졌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나 배웠느냐, 창의적인 생각을 했느냐, 협업을 했느냐, 옳은 행동을 했느냐가 아니라, 남들 과의 비교에서 위에 있느냐 아래에 있느냐 였다. 고등학교때 학생인권조례가 생겨 체벌을 금지하기 전까지 수업, 자율학습시간에 졸거나 이탈하면 귀싸대기를 맞았고, 성적이 안 나오면 매를 맞았다. 최선을 다해서 남을 이겨라! 최후의 승자에게는 서울대가 열리리라! 학교의 가르침은 내게 그런 것이었다.


나는 불필요하게 많이 비교하도록 길들여졌다. 승패를 나누고 서열을 정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나보다 먼저 취업한 친구들의 성공 이야기에 자격지심을 느끼고 싶지 않고, 아직 군복무 중인 친구의 낙담에 안도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졸업한 지 오래되었지만 중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면 여전히 그때 같이 반가우면서도 그때 학교 다니듯이 등수를 비교한다. 이제는 벗어나보려 한다. 우리는 모두 다르니까.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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