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작문7

by sinewave

나는 ‘이른바’ 한국의 유명대학을 나왔다. 그런데 내가 처음 입학하고 느꼈던 모종의 위화감을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영어수업에 들어갔을 때 외국에서 어릴 적 살다온 동기들의 유창한 영어실력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콩글리쉬를 구사하면서 느꼈던 슬픔을. 그래서 적응하지 못하고 공짜로 나누어주는 학점인 C를 받아야 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로 모자라 제2 외국어인 프랑스어나 독일어를 구사하는 외고출신 교우들의 출신지역은 주로 강남이었다. 목동이나 노원 등 다른 학군지를 나온 친구들도 있었지만 주로 강남지역에 거주하면서 외고를 다닌 수재들이었다. “넌 어디서 왔어?” 처음에는 정겹게 전국의 출신지역을 묻고 소개하면서 알았던 각자의 배경이 외국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의 적극적 참여와 성적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처음 강남출신의 위력을 느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패배감을 넘어 배우려 하지 않고 극복하려 하지 않고 지레 포기하는 태도였다. 한동안 습관처럼 나는 “I’m poor at english”라고 자기소개하는 안타까운 습관이 생겼었고 영어를 할 기회가 생기면 회피해버리기도 했다. 어떻게든 남들 보기에 조금 더 예뻐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압구정 성형외과처럼 노력없이 단번에 나를 그들처럼 만들어 줄 학원이나 사람 어디없나 두리번거리며 방황하기도 했다. 내가 ‘비교적’ 못하는 것만 바라보았던 것이다.


그런 내가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서 탐색하면서 바뀌었다. 신문을 읽으면서, KBS 방송아카데미에서, 한겨레 교육을 다니면서, 언론사 스터디를 하면서 말이다. 찾아가는 장소에는 다양한 배경의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어렸을 때 한문을 공부했던 내가 잘할 수 있는 글쓰기 수업이 있었다. 또 철학적인, 인간만의 고유한 생각들을 우리말로 적어 내려가면서 한국어를 잘하는 나의 장점을 찾을 수 있었다. 기자의 세계는 ‘강남을 배경으로 둔 유학파’ 출신만이 아니라 ‘영세자영업자 자녀의 한국어 사용자’가 마음 놓고 날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제는 졸업한 나의 ‘강남에 대한 열등감’이 기자의 세계에서 어떤 꽃으로 피어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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