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15
여소야대 국면에서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합법적으로 처리 된 안건들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에 따라서는 법적 권한을 남용한 ‘독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 권한이며 국회의 무리한 입법에 대해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다. 또한 민심 내지 여론과 괴리되어 발생한 법률안에 대해서 민의를 반영한 정치적 판단을 기반으로 한 통치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주권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작동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입장에 따라서 재의요구권이 올바르게 발동될 경우 삼권분립이라는 법의 정신을 지키며 민주주의 국민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실제 민심에 유리되지 않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여 통과된 법률안을 거부하는 행위는 정치적 여론과 갈등을 심화하고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선거법상 물론 입법부도 과잉대표 혹은 과소대표 현상이 일어난 여야 구도가 성립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행정부를 경영하는 권력을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어 재의요구권이 남용되거나 악용될 여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판은 그가 명문화된 법을 단순 기계적으로 이해하고 오용한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따라서 재의요구권이 실행되는 경우 국민적 대의의 실현이라는 명분이 분명해야 하고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시민의 이익 혹은 손실의 회피가 있어야 하며 국회의 입법 권리 행사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활용되어야 한다. 의원내각제와는 달리 더 폭넓은 범위에서 행정부 차원의 거부권 행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민주주의로 성립하여 대의민주제로 법치주의가 집행되고 있어 시민의 대표인 의원들이 합의한 국회의 뜻을 거스르는 과도한 통치행위는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의 권력은 조직에 정당성을 부여한 정치 참여자의 복리증진을 위해서 활용되어야 한다. 헌법과 법률에서 보장된 권리와 권한이 특정인이나 기관의 사익이나 편협한 이해관계에 따라서 악용되는 일은 우리 역사에 있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