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16
2심에서 무죄판결된 야당의 유력후보의 허위사실공표죄가 대법원에서 유죄취지 파기환송됐다. 선거가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이다. 이내 고등법원은 재판을 선거 뒤로 미뤘다. 최근들어 법원이 정치적으로 편향된 판결을 하고 있지 않나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가장 큰 갈등요소로 대두되면서 사법의 정치화 현상은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 숙의와 대화, 타협으로 만들어지는 정치가 실종됐다. 좌우파가 모 아니면 도, 내편 아니면 네편, 죽기살기로 대척점에 서 싸우기 시작하면서 ‘최소한의 도덕’인 사법 정의에 정치의 명운을 거는 것이다. 법관이 신념과 철학으로 판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편에 섰느냐에 따라 이해관계와 명예가 좌지우지 되면서 실제 판결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 듯이 보인다. 원인은 정치가 실종되고 정치인들이 자신의 역할을 사법부에 내맡긴 데 있다.
법관의 중립성이 무너져 헌법 수호의 책무를 잃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법정의는 민주주의가 위기일 때 이를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 통치구조를 지켜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선거에 따라 인사와 실제 거버넌스가 좌지우지 되는 입법부, 행정부와는 달리 사법부는 독립적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더욱 논란이 된 우리법 연구회, 민변 등 법원 내 이너서클의 존재는 법관의 양심을 위협하고 사법부 판결이 특정 집단에 정치적으로 편향돼 이뤄지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 법관들의 행태도 좌와 우로 갈리고 있다는 것이다.
해결책은 잃어버린 정치를 되찾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국가와 개인, 남과 여로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어 반목하는 편가르기식 제로섬 게임을 멈추고 서로 다른 경험과 신념, 이념 아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한다. 지금 사법의 정치화 문제는 사법부가 자초한 일이라기보다는 우리 국민과 정치권이 관용의 정신으로 만들어지는 정치적 균형을 잃어버린데 있다. 정치의 목적은 공동체의 문제 해결이지, 상대방의 땅을 따먹는 것이 아니다. 표싸움에 호도된 민주주의를 되찾아야 한다.
가장 평범한 시민이자 위대한 지성인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셨던 이유도 당시의 판결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특정 세력에 편의적으로 편향된 데 있었다. 우리 개개인이 마치 패싸움을 하듯이 정치를 즐긴다면 언젠가 독배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