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문10
내가 미국에서 정부를 확장계획하는 공무원이거나 중국 혹은 심하게 북한에서 기업인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선택한다면 어떨까? 아니면 아프리카의 기아를 해결할 영웅이라면? 그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개인의 정체성적 영달을 넘어 사회를 바꾸려고 하는 일 말이다. 나도 가끔은 민주주의와 국가를 가꿔온 많은 사람들처럼 소시민을 넘어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투사가 되고 싶다고 느낀다. 투표는 세상을 바꿀까?
일베충이었던 나는 세월호 사건 이후 박근혜 정부에 큰 회의를 느끼고 공군에 들어갔다. 얼마안가 19대 선거였다. 전쟁세대와 베이비붐세대가 주축이된 새누리당이 탄핵으로 몰락하기 시작한 시기, 나는 갓 상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젊은세대와 기성세대, 경상도와 전라도가 주축이 돼 벌어지는 정치갈등은 사회초년생인 내가 이해하기에, 견디기에 너무 어려운 주제였다. 경상도 집안에서 태어난 늦둥이인 나는 내가 굳혀오던 보수적 의견과 다른 생각이 궁금했다.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를 접어두고 당시 인기있었던 썰전을 열심히 보기 시작했다.
정말 배울게 많은 프로그램이었고 패널들이 훌륭했지만 내게 가장 매력적이었던 사람은 유시민이었다. 일반론을 통해 자신의 세계로 후킹하는 그의 화법은 뛰어난 말하기였다. 이후 그가 출간한 여러 책을 사읽고 출연한 미디어를 팔로우했다. 그는 친절한 작은아버지처럼 내가 믿던 세상 밖의 관점을 알려주었다.
그로부터 몇년간 가르침을 구하는동안 한국에서는 끝없이 이어지는 장마처럼 온난전선과 한랭전선이 피튀기게 대립했다. 정확히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오호츠크해 기단을 물리치듯이 진보전선이 보수전선을 정리했다. 이후 안티페미니즘과 부동산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수정권이 탄생하기 전까지 나는 다른 목소리를 열심히 듣고 조금은 바뀌었다. 진실로 변했기를 소원한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두 가지 의미의 장마는 현재진행형이다. 진보전선이 보수전선을 이기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올 듯이 보이지만 다시 겨울이 지나고 다음 장마가 또 올 것이다. 전원책 아저씨도 유시민도 나에게 고마운 스승이지만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던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의 말은 하나의 진리를 담을 수는 있어도 모든 진리를 담지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정신과 언어로 무릎을 탁치게 만드는 사람이 곧 나타날 것이고 그는 좌일수도 우일수도 있으며 다른 세대 다른 성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또 사회에 반향과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덧붙여 나는 당시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정의당을 섞어 찍었음을 밝힌다. "선거는 맞춤복이 아니라 기성복을 입는거예요"라고 유시민이 알려준 적도 있지만 나는 맞춤복을 주문했다. 군인이 심사숙고한 그때의 선택이 우리사회를 더 멋진 옷차림으로 바꾸었으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