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작문11

by sinewave

경마도, 스포츠토토도, 카드게임도 아니지만 나는 주식투자를 도박이라고 본다. 어렴풋하고 알려지는 기술개발 정보와 공시되는 설비투자를 제외하고 많은 개인투자자의 움직임은 인터넷에서 얻는 얕은 정보를 제외하면 거의 기대감을 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심리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라는 이야기는 업계에 알려진 사실이다. 정보력이 빠르고 장외거래와 초기투자를 담당하는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제외하면 개인투자자의 거래는 이상심리라는 말과 다름없다.


물론 주식투자를 도박이라고 보는 것은 어폐가 있다. 주주는 엄연히 배당수익을 얻을 수 있고 주가 상승은 기업의 자금 조달 금리를 낮춰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그 결과 투자자에게 향후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동아리에서 잠시 활동하던 시기 나름대로 열심히 기업을 연구해 기업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약 500만원을 550만원으로 불리고 배당도 받고 나왔으니 모범적인 투자를 해본 셈이다.


하지만 친구관계도 익절이니 손절이니 계산하는 마당에 극한의 합리성과 이기심이 난투극을 벌이는 주식시장에 과연 모범이니 정의니 하는 말이 통할까. 그나마 할줄 아는게 글쓰는 것 밖에 없어 기자가 되기로 한 나는 결국 한 언론사에 들어갔다. 기자로서의 사명감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짜밥을 먹고다니고 싶지는 않아서 열의를 가지고 다니던 내가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다. 부장과 홍보팀의 전화통화였다. 내가 들었던 랩 가사는 현실고발이었다. 가사 내용은 대강 이랬다. “욜로는 누가 부추겼을까. 미디어와 금융권.”


기사내용과 기업가치는 관계가 있었고 언론사 수입과 기사내용은 관계가 있었다. 그말인 즉 언론사 수입과 기업가치는 관계가 있었고 내가 받는 월급은 기업가치와 관계가 있었다. 경영학과에서 배웠던 수업내용이 생각났다. “PR이란 P할건 P하고, R릴건 R리는 것이다.” 그렇다. 기사는 부장의 영업실적을 위해 잘 만들어져야 했다. 나는 이 매커니즘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아마도) 눈치가 빠르고 센스가 좋았던 사수는 어벙벙한 나를 많이 혼냈다. 혼비백산했다.


어느날과 다름없는 눈 오는 출근길, 발목이 부러졌다. 노동법상 버틸 수 있었지만 휴직을 연장해줄 수 없다는 말에 퇴사했다. 나도 한때 기사도 읽고 공시도 보는 순진한 개인투자자였는데 과거의 나 같은 또다른 어른이들에게 헛된 기대감을 심어줘 특정 자본에 이익을 주는 기사를 쓰고 싶지 않았고 뒷광고를 대가로 받기 위해 건전한 기업을 비방하는 기사를 쓰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사를 다니며 쉽게 번 돈은 쉽게 사라졌다. 잠깐의 기자생활이 끝나고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잠깐 받은 월급은 판돈이었나.


마음을 고쳐먹고 언론사 입사를 다시 꿈꾸며 읽는 주식 뉴스에는 종종 이런 댓글이 달리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이제 개미털어먹을 때가 됐나보구먼” 다만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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