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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작문1

by sinewave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온라인에 공유하기도 한다. 실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팔로워가 전혀 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도 공유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만족이다. 예술의 알파이자 오메가 관객은 자기 자신이니까. 그런데 나는 사진을 보관하는 데는 서툴다. 랩을 취미로 할 때에도 어제 감정에 취해 적은 랩 가사가 오늘 고양된 정신을 내려놓고 보면 한없이 촌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쓴 가사를 녹음 한 뒤 곧 남기지 않고 삭제하곤 했다. 사진이나 랩이나 무엇인가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같다. 내가 표현을 쑥스러워 하는 습성이 있어서인지 내 나름의 예술작품을 보관을 잘 못했다.


그러던 내가 기록, 저장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결단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노트북 한 구석에서 발견한 사진이 있었다. 누군가 찍어준 10년전 내 모습이었는데 젊고 밝아 보였다. 거울로 모습을 확인할수록 사진이 눈에 띄었다. 어두컴컴한 방에 있는 아저씨와 저 밝은 곳에서 미소 짓는 사진 속의 피사체가 대비되어 보였다. ‘지난시절이여~’ 그러고 만약 거기서 끝났다면 기억에 남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트북을 바꾸면서 사진도 같이 버렸을 것이다.


코로나가 덮친 2020년 여름, 아르바이트 하던 가게가 장기 휴업에 들어갔다. 실업자가 된 나는 한낮에 우울함을 떨치려 달리고 있었다. 익숙한 거리를 따라 걷는데, 마주쳤다. 사진을 찍어준 첫사랑을 말이다. 아차 싶었지만 가던 방향을 그대로 걸어갔다. 그녀도 날 알아봤다. ‘어!’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 보듯이 바라 봐주던 그녀는 커피를 사겠다고 했다. 한 여름 날, 나는 그녀에게 커피를 얻어 마셨다.


집에 와서 사진을 다시 봤다. ‘좋아 보여~ 잘 지내나 봐~’ 한 물 간 노래가, 한 물 간 나의 옛사랑처럼 피어 올랐다. 한동안 그 감정을 소중히 간직했다. 이문세 노래 ‘조조할인’도 왜 인지 들린다. 사진 참 잘 찍었다고 생각했다. 약간 찡그릴만큼 강렬한 빛. 그 빛은 피사체가 아름답지 않아도 빛나는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듯 했다. 감동한 내가 간직 해야겠다고 결심한 게 있다. 그건 몇 메가 바이트의 파일도, 어렸던 내 모습도 아니고, 나를 바라 봐주었던, 사물과 사람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이다. 빛과 사진기는 그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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