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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l 18. 2024

부모의 잔소리가 아닌 믿음으로

우리 예빈이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입니다. 예빈이를 임신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제가 엄마가 된다는 사실에 좋았습니다. 임신 26주차에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교통사고가 났고, 그 뒤로 출산 때까지 진통이 오거나 하면 매번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버텼습니다. 무통 주사를 맞고 웃으면서 태어난 예빈이였습니다.


저희 남편은 자녀에 대한 로망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딸들이 외국어를 하면 커서 무슨 일을 하든 도움이 될꺼라 생각했습니다. 예빈이가 5살이 되었을 때 저와 함께 집에서 영어 동화책을 같이 읽었습니다. 재미도 있었지만 의무적으로 권수를 정해서 읽기도 했습니다. 7살이 되자 도요새 영어와 중국어를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이후로는 학교에서 리딩게이트 프로그램을 전 학년에 주어 예빈이도 저와 함께 영어책 읽기를 온라인으로 했습니다.


초등학교 1년일 때는 예빈이의 동생 예설이가 소아 백혈병 진단 받아서 저희 부부는 예빈이를 잘 챙기지 못했습니다. 저는 휴직해서 예설이와 함께 주로 병원에 있었고, 남편과 어머니가 예빈이를 주로 케어했습니다. 동생 치료가 우선이다보니, 예빈이가 결핍이 많았던 시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이 지나 초등학교 3년이 되면서 외국어 학습을 엄마 아빠가 시켜서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30분이면 할 분량인데 50분씩 걸렸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한 외국어 실력을 포기하기는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하다가 말다가를 반복했습니다. 벌써 몇달이 지났습니다. 외국어 학습을 하지 않은지가요. 부모인 저희 욕심을 내려놓았습니다. 드디어...


그래도 학원 숙제를 하거나 가방 정리와 같은 일을 미루면 잔소리는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매일 같은 잔소리를 하고 있는더라구요.  예빈이는 한 귀로 듣고, 안하고...


그러다 남편이 인스타그램 글 하나를 저에게 보내주었습니다. 제목은 <숙제 안 하는 딸한테 홍진경이 썼던 이 방법> 입니다. 저도 제 딸 예빈이가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는 힘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저의 잔소리는 계속 늘었지 줄어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속이 타더라도 꾹 참고, 아무 잔소리 하지 않아보기로 했습니다. 딱 한달만!


예빈아, 수학학원 숙제 했어?

밖에 나갔다 왔으니까 옷 갈아입어.

물통 꺼내났어?

가방 정리했어?


이런 반복적인 말을 꾹 다물었습니다. 수학학원 선생님은 예빈이가 숙제 안해보면 전화가 저에게 오십니다. 그 전화도 슬기롭게 버텨보려고 했는데 아직 전화 받은 적은 없습니다. 저희 부부가 입을 꾹 다문지 한 달은 훌쩍 지났습니다.


어제 저녁 가족들과 집 앞에 새로 생긴 냉삼겹 집에서 외식을 했습니다. 저녁 먹고, 남편은 둘째 딸 예설이와 잠시 놀이터에 다녀왔고, 저는 집에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최나래 대표님 인스타그램에서 5분께 책을 나눠주신다고 하여 댓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글 쓰고 있는데 남편이 예설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더니 살짝 저에게 묻습니다.


“여보가 예빈이 숙제하라고 말했어?”


아니, 내 글 쓰기도 바쁜데 지금.

저는 말했습니다^^


스스로 숙제하는 예빈이가 기특해 저도 모르게 살짝 다가가서 찍은 사진이 이 사진입니다.


아이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잔소리가 아니라 부모가 먼저 마음을 열고 변화해야한다는 것을 이번 계기로 배웠습니다.

오늘 아침에 아침 먹으면서 예빈이가 이러더라구요.


”엄마~어제 물통 꺼내는데 가방이 지저분해서 내가 가방 정리했어~“


이렇게 말하며 가방 정리했다고 자랑합니다.


저와 남편은 똑똒한 딸이 아니라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고 바로 설 수 있게 키우자며 다시번 되새기는 날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부족한 엄마이지만 딸들 곁에서 경험하고, 배웁니다.

아이들을 향한 잔소리가 아니라 믿음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감사할뿐입니다. 양예빈 화이팅!


#부모의잔소리 #아닌 #믿음으로 #자녀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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