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모두가 일시적인 것들이라면

by 황미옥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놓을 수 있을까?

만약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이라면 나는 가족을 향한 내 마음을 내려 놓을 수 있을까?

만약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글쓰라면 나는 글쓰기를 향한 내마음을 포기할 수 있을까?

오늘 아침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인생 수업>을 읽는데 모두가 일시적이라는 말이 가슴에 콕 와닿는다. 일시적인 것을 알면서도 나는 삶을 나아가야만 한다.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 매일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가끔 상실의 경험을 한다. 친했던 친구가 이사를 가거나 싸워서 헤어지기도 하고, 함께 1년 이상 근무했던 동료와 헤어지곤 한다. 함께 살던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만 할 때도 생긴다. 심하게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는 일도 생긴다.

나와 같이 피드백 활동을 함께하는 은희 선배가 어제 톡이 왔다. 연간 계획을 정했다고 보내주시면서 짧게 그날의 감사함을 담아서 보내주셨다. 간단한 내용이었다. 절에 가서 불공을 드렸고, 딸과 영화 한 편보고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내용이었다. 선배의 글을 읽으면서 짧게나마 나를 돌아볼 수 있었다. 행위의 초점에 맞춰진 내가 보였다. 하루 중에 뭔가를 많이 하려고 하지말고, 중요한 것만 우선순위를 선택해서 하고, 존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30대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나였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였다. 마흔이 되면서부터는 그런 내가 변화하고 싶어진다. 그냥 엄마로서 그 자리에 있어주고, 같이 시간보내고, 며느리로서 어머니댁에 가서 같이 시간보내고, 아부지 집에 가서 시간 보내면서 존재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연간 일정을 좀 바꿔야 겠다.

어제 드디어 박완서 작가님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책을 완독했다. 내가 다 읽은 첫 단편소설이다. 2주가 걸렸다. 소설은 상상하면서 읽으니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다. 자투리 시간에 읽어, 단편 중간 중간에 다시 읽어도 내용이 바로 이어졌다. 신기했다. 단편을 읽으면서 여러 이야기 속에서 평소 내 생각과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고, 어떻게 이런 이야기의 영감을 받아 구성할 수 있는지도 신기했다. 가장 와닿았던 단편이 <카메라와 워커>였는데 제목만 봐서는 가난과 연결되리라고는 상상지도 못했다. 그런데 작가는 카메라와 워커를 신기하게도 이야기를 이어서 풀었다. 책 뒷면에 연보에서 알게되었다. 박완서 작가님은 1953년에 결혼하셨고 1남 4녀를 키우시면서 17년 뒤인 1970년도에 <나목> 이라는 작품으로 장편소설 공모에 당선되셨다. 18년 뒤인 1988년에 남편과 아들을 같은 해 잃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1년 81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작품을 계속해서 남기셨다. 박완서 작가님은 모두가 일시적인 것을 알고 계셨을까? 가족을 잃은 상실의 슬픔을 어떻게 극복하셨을까?

모두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집착하는 것들을 조금씩 내려 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도 내 집착 중에 한 가지이다. 맞다.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나의 하루를 보내자. 많은 것을 하려는 마음이 생길때면 모두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나를 다독여보자. 마흔은 나를 돌아보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생각으로 찾아온 것을 실천으로 하나씩 옮겨서 변화해보자. 잘하고 있어. 미옥~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야해요와 홍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