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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다는 슬픔

by 황미옥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할 수 있습니다. 관계가 멀어져서 다시는 보지 않는 경우도 있고, 죽음이 그 관계를 떨어뜨려 놓기도 합니다. 어쩌면 살아 있는데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힘든 이별인줄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이별이라는 경험은 지독한 슬픔, 고독감 그리고 공허감을 안겨줍니다. 나 홀로 서 있을 때 느껴지는 그런 감정들을 저는 분명 여러번 살면서 느꼈습니다.

<맵고 뜨겁게>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봤습니다. 자존감이 흔들린 32세의 여성이 프로 복싱을 통해 새롭게 자신감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여주인공은 부모님과 여동생과 같이 살다가 여동생과 치고박고 싸우면서 짐을 싸서 집을 나오게 됩니다. 혼자 독립해서 방을 얻어 삽니다. 남편도 자신의 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이별 통보를 해옵니다. 여주인공은 그 결혼식에도 참석하더라구요. 식당일을 구해서 일하면서 복싱 코치를 알게 됩니다. 그 코치가 프로 복싱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준비할 때 열과 성을 다해 돕습니다. 코치가 대회에서 낙방한 이후로, 여주인공은 수년에 걸쳐서 살도 50킬로그램 감량하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복싱 훈련하고 체력단련합니다. 계단도 오르고, 달리고, 중량이 나가는 덤벨도 들고, 맨몸 운동도 하면서요. 결국 프로 복싱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자격 심사에서 드디어 합격합니다. 대회에 출전해서도 초반에는 상대방 선수에게 맞기만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맞으면서도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 느껴집니다. 글로브를 낀 두 손을 맞대면서 화이팅을 외치며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왼손을 잘 쓰는 여주인공은 상대방 선수의 얼굴을 한 방 제대로 때립니다. 프록 복싱 대회에서는 비록 졌지만 아마추어 선수였던 여주인공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경기에서 이겼다고 말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슬픔, 고독감, 공허를 느꼈지만 다시 일어서는 힘을 알아쳤습니다. 복싱이 여주인공에는 자극이 되었습니다. 살면서 힘든 일이 닥쳐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제 눈에 들어옵니다. 그런 분은 곁에서 그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고, 함께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여주인공은 복싱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그렇게 되었습니다.

둘째 예설이가 아침 6시 40분에 일어나 화장실 가서 혼자서 볼일을 보고 손 씻고, 세수하고 얼굴에 로션까지 바르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쇼파에 앉아서는 예빈이 언니 최애아이 포토카드를 구경하고 있습니다. 어제까지 누군가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슬픔을 넘어 일상에서 강렬한 눈빛으로 나만의 방법으로 하루를 잘 살아내었으면 합니다. 저는 제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운동도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을 수 있고, 일도 할 수 있고, 책도 읽고 글도 쓸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압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이 충분하다는 것을 만끽하며 제 안에 가지고 있는 슬픔보다는 일상의 행복을 느끼며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제 안에 슬픔보다는 기쁨이 많은 하루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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