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가족들과 함께 한의원에 다녀왔다. 아이들은 두 달 만의 방문이었다. 예설이는 정수리 부분에 조그만 원형탈모가 생겼고, 예빈이는 이마에 여드름이 많이 났다. 살도 조금 올랐다. 남편은 요산 수치가 올라 침을 맞았고, 나는 염증 치료를 받았다.
한의원 근처 팥빙수 가게에 들렀다. 점심 전이었지만 시원한 게 먹고 싶었다. 예설이는 팥을 싫어해서 얼음과 떡만 골라 먹었다. 구운 떡을 추가로 주문해 인절미 가루에 찍어 먹으니 고소했다.
이런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으면 예설이가 항암 치료를 받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느껴진다.
점심시간이 되었지만 팥빙수로 배를 채워 점심은 조금 늦게 먹기로 했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낮잠을 자고, 아이들은 TV를 봤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에드윈 슈나이먼 박사의 심리부검 인터뷰》를 끝까지 읽었다. 마음을 다해 집중해서 읽었다.
늦은 오후에는 오리불고기집에 갔다. 오랜만에 먹는 오리불고기가 유난히 맛있었다. 예설이는 미역줄기, 예빈이는 배추쌈, 나는 숙주나물을 두 접시나 먹었다. 친절한 이모님이 반찬을 바로바로 채워주셨다.
식사 후에는 집 근처 오락실에 들렀다. 나는 농구 게임을 하고, 예설이는 스트리트 파이터를 했다. 남편과 예빈이는 펌프를 하며 신나게 웃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온 가족이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야간 근무가 있어 낮잠을 자는 동안 아이들은 레고를 만들었고, 나는 퇴고를 하고 저녁을 준비했다.
잠자기 전에는 다시 일상 루틴을 시작했다. 예빈이는 영어 일기를 쓰고, 예설이는 한글 공부를 했다. 한 달 넘게 쉬었지만 “1일차 미션 클리어.”
예설이는 《꿈꾸는 솜사탕》을 거의 혼자서 한 권 읽었다. 옆에서 조금 도와줬지만 대부분 스스로 해냈다. 잠자기 전에 나는 《Ego Authority Failure》를 몇 장 읽었다.
엄마의 시간은 길다. 집안일은 끝이 없다. 바인더에 할 일을 기록하고 시간표를 쓴다. 삶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가족을 돌보며 내 일도 해내고 싶다. 잠을 줄이지 않으면서.
잠을 줄이면 몸에 염증이 온다. 면역을 지켜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몸이 조금이라도 무거우면 하루의 컨디션이 무너진다.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는 일이 하루 일과의 중요한 부분이다.
평범한 일상을 소중히 여긴다. 몸을 움직이고, 생각하고,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행운이다.
일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랬다.
오늘의 하루를 천천히, 여유롭게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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