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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티나북스

심리부검 인터뷰

에드윈 슈나이먼 박사

by 황미옥

‘아서의 죽음’에서 다시 본 삶의 불빛


이 책은 다른 책을 읽다가 우연히 발견해 구매했다. 어떤 책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책은 아서의 죽음을 심리학적 부검을 통해 다루며, 그의 실존을 둘러싼 다면적인 자살 위험 요인을 탐색하고 있다.

한 사람을 둘러싼 삶, 관계, 사건을 이해하게 해주었고, 다양한 관점에서 깊이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책의 앞부분에는 아서의 어머니 주디 콜린스의 서문이 있다.

짧은 글이었지만, 책을 덮은 후에도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다. 주디는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과 치유, 그리고 수용의 과정을 이야기하며, 슈나이먼 박사의 연구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고 했다. 아들이 떠난 지 10년 후, 그녀는 슈나이먼 박사의 여러 저서를 읽고 자신의 경험을 책으로 썼다.


주디는 슈나이먼 박사가 자살 뒤에 숨겨진 그림자에 빛을 비추어 우리 모두가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의 통찰력과 언어는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한 인간의 자기파괴적 행동에 대해 대화하고, 나누며, 아서의 가족을 치유하려 했던 수많은 사람들처럼, 슈나이먼 박사가 켠 ‘불빛’은 세상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겼다.


그녀는 박사를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깊고, 섬세한 글쓰기와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 기억했다. 그의 집 벽면에는 평생의 연구와 예술작품, 죽음에 대한 탐구, 멜빌의 『모비딕』에 대한 강박까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86세의 나이로 병원 강의를 하던 그는 주디가 보여준 11장의 유서를 바탕으로, 아서의 주변 인물 9명을 인터뷰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구해 이 책을 완성했다.


아서의 나이는 서른셋이었다. 그는 죽기 전 며칠에 걸쳐 45분짜리 유서 테이프를 남겼다. 외출하고 돌아와 이어서 유서를 완성했다. 그의 유서에는 이런 문장이 있었다.


“자살은 일시적인 문제에 대한 영원한 해결책이다.”


아서의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내 역할은 죽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들과 대항하여 정말 최선을 다해서 싸우는 것뿐입다.”


이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자기파괴를 선택했을까. 남겨진 가족의 상처는 얼마나 깊었을까.

이건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죽음은 인간이 스스로 앞당길 수 있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선택 앞에 선 사람들을 만난다. 내 역할은 무엇일까. 아서의 정신과 의사처럼, 죽음의 문턱에서 누군가와 끝까지 싸우는 것.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어 삶을 이어가게 도울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심리부검 인터뷰는 자살 이후 남겨진 흔적들을 차분히 되짚을 수 있게 해주었다. 아들을 잃고도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나눈 주디 콜린스의 용기에 감사했다. 그녀는 고통을 나눔으로 바꾸어, 수많은 생존자에게 위로와 평화를 건넸다.

86세에도 결단력을 잃지 않았던 슈나이먼 박사처럼, 나도 나이 들어서도 결단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길이 고되더라도, 그렇게 살아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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