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경찰인재개발원에서 협상과정 교육이 있었다. 당시 담당 교수님이셨던 조영은 교수님께서 적극 추천해주신 책이 윤재진 작가의 《감정 회복》 이었다. 사실, 이 책은 2년 전에 구입했지만 책장에 꽂아둔 채 읽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드디어 그 책을 꺼내 노란색 색연필과 형광펜을 들고 정독했다.
아마도, 이제야 읽을 때가 되었던 것 같다.
저자는 상담심리를 전공했고, 정부기관에서 10년 넘게 강의를 하며 수많은 상담 사례를 통해 사람들의 상처를 회복시켜온 전문가다.
책을 읽으며 놀랐던 건, 저자가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이던 7개월 때 남편과 사별했다는 사실이었다. 그 이후 강사로서 다시 일어서며 삶을 이어갔다고 했다.
상실을 겪고도 삶을 포기하지 않은 그녀의 단단함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 웃기 위해서는 마음을 먼저 어루만져야 한다.
둘째, 감정 회복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저자는 대학원에서 배운 사이코드라마(심리극)와 역할심리극을 활용해 사람들의 감정을 회복시키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심리극의 창시자 제이콥 모레노는 “프로이트는 꿈을 분석하지만, 나는 꿈을 꾸게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저자는 “삶에 대한 꿈을 다시 꿀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의 보람이라고 했다.
책을 읽으며 9가지에 대한 생각을 이어갔다.
1️⃣ 열심히 살기 위해 가장 먼저 버리는 것
‘나의 감정과 기분’이었다.
타인의 감정에 맞추다 보면 어느새 ‘나’는 사라진다.
(미옥 생각)
나의 20대와 30대는 ‘열심히’라는 말로 설명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열심히’는 타인의 감정에 맞추며 살았던 시간이었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는 더욱 그랬다.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라 여겼다.
그런 나에게 글쓰기는 내 안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지금은 안다. 글을 썼기에 내가 살아 있었다는 것을.
이제는 타인보다 나를 위해 살고 싶다.
2️⃣ 감정 다스리기
“화가 누적되지 않도록 그때그때 해소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미옥 생각)
몇 년 전, 어지럼증으로 힘들 때 선배가 해준 말이 떠오른다.
“너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지금은 글쓰기, 음악, 운동으로 조금씩 배출하는 연습을 한다. 완벽하지 않지만, 더 이상 감정을 삭이지 않으려 한다.
3️⃣ 자살은 ‘살고 싶다는 절규’다
“그 상황을 인정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지와 위로의 시작이다.”
(미옥 생각)
협상팀 1년 차 때 서울에서 심화교육을 받았다.
인질 역할극을 하며 대화를 이어가려 애썼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3년 차가 된 지금은 다르다.
현장 경험과 교육, 그리고 꾸준한 공부 덕분에
이제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법’을 배웠다.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 이론은 내 것이 아니다.
나는 실전에서 쓸 수 있는 협상가로 성장하고 싶다.
4️⃣ 감정을 눌러두면 폭발한다
분노를 표현하는 것은 ‘힘겹게 살아남기’가 아니라 ‘여유롭게 살아가기’의 방법이다.
(미옥 생각)
경찰 생활 18년 동안 번아웃을 여러 번 겪었다.
감정을 눌러두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안다.
감정을 털어놓을 사람, 믿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삶은 이어진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 단순하지만 강력한 해답이다.
5️⃣ 공무원으로 산다는 것
“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사는 인생,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책에서 이 문장을 읽는 순간, 한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했다. 공무원으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관리반 컴퓨터 앞에 앉는다.
반복되는 결재, 예산 정리, 보고서 작성, 전화 응대…
겉보기엔 똑같은 하루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늘 다른 변수가 있다. 계획대로 되는 날은 거의 없다.
예상치 못한 민원 전화 한 통, 갑작스런 보고 요청, 누락된 결재, “팀장님, 이거 급하게 올려야 해요.”
그 한마디에 리듬이 흔들리고, 하루의 속도가 달라진다.
공무원의 일은 정해진 절차와 규정 속에서 움직인다.
그 안에서 ‘나’라는 사람의 결을 잃지 않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 틀 안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협상팀 활동이 그 대표적인 예다.
내근직이지만, 나는 현장에도 간다.
사람을 만나고,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읽는 일 —
그 순간만큼은 책상 너머의 세계가 열리고,
내가 왜 경찰이 되었는지를 다시 떠올린다.
공무원이라는 틀 안에서도
나는 ‘협상가’라는 또 다른 길을 만들고 있다.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 내 방식의 변화다.
누군가는 “그 일, 지겹지 않아?” 묻는다.
나는 웃으며 답한다.
“지루한 건 일이 아니라, 내 마음이 멈췄을 때예요.”
하루의 루틴이 똑같아도,
사람을 대하는 마음은 매번 다르다.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결국 나의 일이고, 나의 태도다.
내가 만들어가는 공무원 인생은
단순히 ‘버티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더해가는 삶’이다.
협상가로서의 시선이 내 일상에 숨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자리에서,
다른 마음으로 앉는다.
6️⃣ 내버려둔 분노는 폭발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털어놓는 연습이 필요하다.
(미옥 생각)
내 감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남편이다.
남의 편이 아닌 남편이다.^^
7️⃣ 감정의 물타기 금지
다른 사람에게 받은 분노를 엉뚱한 사람에게 푸는 것.
(미옥 생각)
기분이 나쁠 때 가족에게 화를 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두 번 다시 그러지 말자.
가족을 온전한 인격체로 대할 때, 나는 진짜 어른이다.
8️⃣ 상담은 감정을 ‘감량’하는 작업
(미옥 생각)
상담의 가장 큰 장점은 내가 한 말을 다른 언어로 듣게 해준다는 것. 상담 후에는 마음이 가벼워졌다. 감정이 줄어드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9️⃣ 다락방 카페 사색의 시간
(미옥 생각)
저자는 ‘다락방 카페’에서 사색을 한다고 했다.
나는 장소의 제약이 없다.
식탁에서도, 쇼파에서도, 출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생각한다.
걷는 시간에는 늘 음악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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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21일, 윤재진 작가님은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위기협상 교육을 받던 우리에게 짧은 강의를 해주셨다.
그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혹시 현장에서 누군가가 세상을 떠나는 걸 보더라도,
그건 당신의 탓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생사를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내 일이다.
나는 이 일을 하고 있고, 건강이 허락되는 한, 경찰 제복을 입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휴대폰 배경에는 『피리 부는 사나이』의 문장이 있다.
“사람들이 끓어오를 때 김을 빼주는 게 내 역할이다.”
이 문장을 매일 되새긴다.
올해는 내 감정의 김을 빼는 법을 많이 배웠다.
《감정 회복》은 그 배움의 연장선에서,
감정의 중요성과 회복의 필요성을 깊이 깨닫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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