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란, 지금 여기로 돌아오는 일

by 황미옥

《내면소통》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다.

“삶의 지평을 멀리 내다보고

나를 얽매는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자유롭게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용서다.”

예빈이에게 읽어주었더니

“잘 와닿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래서 작년에 내가 누군가를 용서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때는 많이 속상했고, 오래 붙잡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여러 번 되새겼던 일이었다는 것까지.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다시 문장을 읽어주니

예빈이가 말했다.

“처음보다는 이해돼.”

책을 읽는다는 건

저자의 문장을 받아들이는 일에서 끝나지 않는 것 같다.

그 문장을 내 삶으로 끌어와

다시 해석해보고,

누군가와 나누는 순간

비로소 내 이야기가 된다.

오늘은 비 오는 공휴일.

거실에서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일을 했다.

예빈이는 책을 읽고,

나는 서서 책을 읽고,

예설이는 종이를 오리고 코팅을 하며 가위질을 했다.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세계를 존중받으며 존재하는 시간.

용서란 어쩌면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내가 오늘의 평온으로 돌아오기 위한 선택인지도 모르겠다.

비 오는 오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순간이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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