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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Aug 27. 2023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책의 절반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의 뒷부분은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많아 잘 읽히지 않았습니다. 어제부터 예빈이방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 중입니다. 출퇴근할 때는 책 읽는 시간 마음껏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런 시간이 주어지니 아이들 곁에 있는 제 모습이 더 그러워집니다. 인생에서 결핍은 꼭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몸소 체험 중입니다. 네 권의 책을 돌려 보면서 혼자서 음악 듣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올려다봤다가 <경이로운 소문 2> 넷플릭스도 보고 있습니다. 남편이 넣어주는 삼시 세끼 먹으면서요. 책을 읽으면서 와닿았던 구절들을 소개합니다.


1. 백혈구는 발암세포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병든 세포를 공격하여 죽이기 때문에 NK세포/자연살해세포라고 불린다. 연수원들은 피험자들을 하루에 여섯 시간 정도 숲 속에서 걷게 하고 산책 전과 후에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이틀 뒤 피험자 혈액의 NK세포 함유량이 50%나 증가했다. 더 놀라운 건 한 달 뒤에 채취한 혈액에서도 NK세포 함유량이 늪에 측정되었다는 점이다. NK세포의 항암 효과는 널리 인정받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숲 속 산책이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의견이다. 주말에 숲을 걷는 행위만으로 일주일 동안 면역계가 강화되고 덕분에 감기나 유행성 독감처럼 가벼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 루소는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을 집필할 당시 혼자서 산책하거나 몽상에 잠기고 생각이 이리저리 떠돌아다닐 수 있게 내버려 두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60세를 넘긴 철학자가 인생의 종착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으로, 말년의 루소는 사회로부터 버려졌다는 생각 때문에 쓸쓸한 마음으로 스위스의 뇌사텔 근처 비엘 호숫가에 은둔하면서 낙담과 번민을 달랬다. 이때부터 루소는 매일, 그것도 오랫동안 산책하기 시작했다. 그는 오히려 산책을 동반한 방황 덕분에 기쁨의 감정이 점차 강력해지는 것을 느꼈다. 루소의 심경은 <말제르브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드러난다.



3. 본질적으로 자연은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한다. 조용한 외딴 숲에서 평소에는 일상의 소음과 혼돈 속에 잠겨 있어서 들을 수 없었던 내밀한 생각과 감정을 발견할 수 있다.



4.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콩트 스퐁빌은 저서 <무신론 정신>에서 자신이 20대 때 숲에서 겪었던 결코 잊지 못할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느 날 저녁, 그는 친구들과 숲 한가운데를 걷고 있는 도중 불현듯 영감이 떠올랐다.



"뭘까? 아무것도 아닌 것이 전부라고 느껴진다. 덧붙일 말도, 감각도 없었다. 어떤 의심도 피어오르지 않는다. 단지 놀라운 감정과 함께 확신만이 들뿐이다. 무한한 행복 그리고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평화였다."



5. 클랭이 화폭에 담으려 한 것은 형이상학적 경험이었다. 그는 화폭에 비물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는 텅 빈 공간, 관찰자로 하여금 다른 무언가에 마음을 여는 아주 독특한 정신 상태로 들어가게 하는 공간을 창조했다. 이를테면 관차라 작 작품을 통해 순수한 관망을 체험하는 것이다. 대상이 없는 지각은 다수의 불교 종파 중에서도 특히 선불교가 설파하는 '비어 있음'을 경험하게 한다.



6. 새벽의 여명이 주는 독특한 아름다움에 푹 빠진 한 도시인이 있으니 프랑스 사회학자 레미 우드기리다. 우드기리는 아침에 떠오르는 햇살을 감상하기 위해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난다. 자기를 '새벽을 찾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우드기리는 운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일을 시작하거나 명상을 하기 위해 새벽 알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그가 새벽을 기다리는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저 새벽에 다르게 존재하고 싶을 뿐이다. 다시 말해 사회적 시간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 주는 행복을 맛보고 다른 방식으로 보거나 생각할 여유를 갖기 위해서다.



NK세포 이야기는 예설이가 백혈병 치료 중이라서 더욱더 와닿았습니다. 나에게 묻습니다. 키즈카페 말고 나는 예설 이를 데리고 숲에 단 한 번이라도 다녀왔던가?.... 이 책은 우리 가족의 생활습관을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신원섭 님의 강연을 들었는데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라는 사이트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숲과 관련해서 프로그램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말에 검색해 봤습니다. 부산에는 기장에 있는 국립달음산자연휴양림이 있어요. 겨울이 되기 전에 가족들과 함께 꼭 숲 속을 같이 걸어보고 싶어 집니다. 집에서 가까운 금강공원도 매주 갈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어요. 숲을 이용하면 NK세포가 활성화된다니까요!!!!



이 책에서 읽은 프랑스 사회학자가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이유가 좋았습니다. 그저 다르게 존재하고 싶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햇살을 맞기 위해 새벽을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저는 항상 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삶을 살았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했고요. 오늘 문득 골방에서 갇혀 있어서 그런지 경찰 수험공부를 함께했던 영진이 언니와 톡을 하다가 통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주말에 독서실이라고 했습니다. 이유는 경감승진 공부 중이라고 했어요. 언니는 저보다 5년도 더 늦게 경찰직에 들어왔지만 지금의 계급은 저와 같은 경위입니다. 언니는 세 아이들이 있는데도 경장, 경사, 경위까지 세 번의 시험을 쳤고, 네 번째 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헌신적인 남편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분명합니다. 마흔이 되면서 이상하게 저는 예전에 하지 못했던 것에 더 마음이 갑니다. 무행위의 시간이 의식적으로 가지고 싶은 이유도 그렇고요.



예설이 와 함께 숲을 자주 가겠다는 약속은 바로 이번주부터 실천으로 옮겨보겠습니다. 가까운 금강공원으로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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