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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Aug 27. 2023

인생 수업

코로나 격리 3일째 예빈이 방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인생수업>을 다 읽었습니다. 하도 밑줄을 그었더니 볼펜 하나를 다 사용했습니다. 교체~!!! 저는 미용실을 두 군데 번갈아서 갑니다. 하나는 구포에 있는 임지오 헤어, 하나는 동래보건소 뒤에 있는 브랜드송 헤어살롱에 갑니다. 제가 성인이 된 이후로 여러 미용실을 돌아다니면서 머리도 잘 자르고 원장님과 대화가 되는 유일한 곳입니다. 구포에 있는 임지오헤어는 제가 경찰 공부할 때부터 다녔으니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녔네요. 임지오 헤어 원장님이 선물해 주신 책이 <인생수업>이었는데 집에 잘 보관해 두었습니다. 예빈이 방으로 감금(?) 되기 전에 책꽂이에서 챙겨간 몇 권이 이 책이었습니다. 어제 원장님께 전화드렸어요. 이 책을 드디어 읽었는데 너무 좋아서 감사하다고요.


이 책을 다 읽고 덮고 나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제가 씩 웃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예설이가 백혈병 진단받고 나서 제 삶을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 본 이 한 줄이 계속 저를 그 문장으로 데려갔습니다.



"내가 죽지 않은 것은 삶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나의 마지막 배움 말입니다."



<인생수업>은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이 말하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살아 있는 저는 이 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마음 깊숙이 새깁니다. 언젠가 저도 그 죽음이라는 것 앞에 서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의 지혜를 통해서 저의 삶을 바라보는 행운을 경험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삶은 어떤 것을 이루어 나가는 일입니다. 그리고 죽음은 그 이루어 나감의 완성입니다."



저는 죽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내 곁에 사랑하는 남편, 아이들이 있다면 나는 나의 죽음을 내 생의 완성이라는 시각으로도 바라볼 수 있겠구나 하는 용기를 가져봅니다.



이 책에는 삶에서 알아두면 좋은 여러 가지 열쇠들이 숨어있습니다. 책을 아무 곳이나 여러 번 펼쳐 보면서 몇 가지 열쇠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넌 네게 엄마가 되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알게 해 줬어. 너와 함께한 것만으로도 내 인생을 살 가치가 있었어."



"당신은 자신의 영혼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있습니까? 자신을 기분 좋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자신을 사랑할 때는 스스로를 미소 짓게 만드는 일들로 삶을 채우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라는 것을. 상실 너머에 존재하는 초월적인 부분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결코 사라지지 않는 자기 자신의 진정한 부분, 사랑하는 이들의 진정한 부분을 당신을 발견할 수가 있습니다. 나아가 정말로 소중한 것은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당신이 느낀 사랑과 당신이 준 사랑은 결코 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삶에 자신을 온전히 내맡길 때 우주는 우리에게 운명을 완성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제공합니다. "



"어떤 일을 이루려는 욕망으로 끊임없이 분투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우리 자신에게 베풀 수 있는 멋진 선물입니다."




"나쁜 것에서 좋은 것을 발견하는 것이 내가 보상으로 얻은 가장 큰 배움입니다."


"나는 지금 사는 것이 아니라, 다만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도 행복감이 느껴지는 작은 순간들이 있습니다. 이런 작은 순간들이 단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을 견딜 수 있게 합니다."



"죽음의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때로 삶을 발견합니다."



"삶이 즐겁다면 죽음도 그래야 합니다. 그것은 같은 주인의 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삶의 종착점에서 온 배움들을 접하다 보면 삶이 언젠가는 끝난다는 것에 더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이 아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배움을 얻습니다. 16년 직장생활에서 저는 늘 어깨에 힘을 주면서 일해왔습니다. 늘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실수도 많이 했습니다. 실수를 통해서 배운 것도 많았고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의 어깨를 늘 뭉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거운 책임감을 던져버리고 싶습니다. 힘들 때면 <인생 수업>을 꺼내서 보면서 저에게 주어진 오늘을 잘 걸어가야겠습니다. 먼 미래에 있는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모습에 매달리지 말고, 저에게 오늘 주어진 일을 정성스럽게 해내겠습니다. 그게 미옥이니까요.


오늘 음악 틀어놓고 혼자서 춤도 췄습니다. 이 글을 남편이 보면 웃겠죠^^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내가 죽을 때 외롭지 않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편안하게 다가옵니다. 이틀 뒤면 예설이 와 예빈이 그리고 남편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고, 안아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으로 다가오는지 모릅니다. 혼자서 골방에 갇혀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읽고, 생각하고 글 쓰는 삶이 다인 나에게 주는 행복감입니다. 매일 이 일만 할 수 있지 않아서 더 행복하고요.



. 으.면. 서. 이제 글을 마무리합니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


저에게도 이 말을 새겨봅니다.


#인생수업 #엘리자베스퀴블러로스 #데이비드케슬러

#류시화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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