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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Aug 28. 2023

오베라는 남자

이 책은 경찰 동료들과 독서모임 9월에 함께하는 책이다. 혜정이가 선정했고, 코로나 격리 4일째인 오늘,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총 451페이지. 좀 길다. 그런데 술술 읽혔다. 오베라는 남자의 이야기다. 16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그때부터 행복하게 사는 걸 멈췄고, 그 후 오랫동안 행복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일했던 철도회사에서 일하게 되었다. 5년이 지나서 우연히 기차를 탔다가 쇼나를 보았다. 그때까지 오베는 세상을 흑백으로 봤다면 그녀는 오베가 볼 수 있는 색깔이었다. 유일한.

책은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오히려 그래서 스토리에 더 빠져들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를 잊은 채 오베라는 남자를 더 알아갈 수 있었다.


쇼나는 오베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에게 삶에서 원하는 게 뭐냐고, 만약 원하는 걸 고를 수 있다면 뭘 택하겠냐고 물었다. 오베는 생각도 하지 않고 곧바로 집을 짓고 싶다고 대답했다. (나에게 이 질문을 해봤다. 미옥아 넌? 나는 오늘 블로그 프로필 소개글을 바꿨다. 이 질문 덕분에.)


소냐는 2년 과정으로 오베가 집 짓기에 대해 배울 수 있게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시험도 치고, 주택 회사에 고용되어서 일도 열심히 했다. 모기지를 갚고, 세금을 내고, 의무를 다했다. 숲 속 택지에 지어진 작은 이층 집을 샀다. 쇼나와 오베는 결혼했다. 스페인 여행에서 버스에서 사고가 났고 임신한 쇼 나는 아이를 잃었다.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몸이 상했다. 쇼나는 재활치료를 시작했고, 교사라면 아무도 지원하지 않을 곳에서 ADHD를 앓고 있던 아이들에게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게 가르쳤다. 그 이후에 쇼나는 암에 걸렸다. 그녀는 오베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이 우리 아이를 데려갔어요, 사랑하는 오베. 하지만 수천의 다른 아이들을 주셨지요."


암을 앓은 지 4년째 되던 해 쇼나는 죽었다. 오베는 매일 소냐와 함께 했던 일상들을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일요일이면 우리는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오베는 신문을 읽었고, 소냐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 월요일이 돌아왔다.


그리고 어느 월요일, 그녀는 더 이상 세상에 없었다."


이 말이 참 무섭다.

누구에게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서 무섭고, 나에게 일어났던 일이라 무서운데, 또 일어날까 봐 무섭다.


책에서 그는 여러 번 쇼나 곁에 가기 위한 시도들을 한다. 그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처럼 그가 자살을 못할 만큼 화가 나는 일을 그의 앞에 갖다 놓는 이웃들이 있다. 그리고 오베는 아내 소냐에게 말한다. 오베가 소냐에게 올라갈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당장은 죽을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장면은 오베가 강도를 만나서 병원으로 실려갔을 때 임산부 파르나베가 오베를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파르나베 가족들과 이웃들과 잘 지내다가 11월의 어느 싸늘한 일요일 아침 오베는 세상과 이별한다. 오베는 봉투를 하나 남긴다. 봉투에는 손글씨로 '파르바네에게'라고 적혀있다. 봉투에는 서류와 증명서, 집의 원래 도면, 비디오 플레이어 사용설명서, 사브의 점검 책자가 들어있었다. 은행 계좌번호와 보험증서도 있었다. 오베가 '모든 일을 일임한' 변호사의 전화번호도 들어 있었다. 오베라는 한 사람의 삶 전체가 문서로 정리되어 파일에 들어가 있었다. 인생의 결산. 맨 위에 있는 편지는 파르바네에게 쓴 것이었다.


오베라는 남자의 어린 시절부터 아내인 쇼나를 만나고, 그녀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그 빈자리에 말도 안 되게 제 멋대로인 파르바네 가족들이 오고 나서 벌어졌던 일이 펼쳐졌다. 오베는 마침내 원했던 소냐 곁에 가게 되었다. 오베의 삶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닐까. 각자 삶이라는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태어나서 생을 마칠 때까지 곁에 있는 누군가는 함께한다는 것은 같지 않을까. 그래서 덜 외로운 게 아닐까. 그리고 오베가 자신의 삶을 정리할 때 모든 서류들을 정리했던 것처럼 내 삶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예전에 써두었던 유서를 찾아봐야겠다. 업데이트가 필요하겠다.


남편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주어야겠다. 이 책은 표현이 재밌는 게 많다. 예를 들면 "59세의 남자와 10대 젊은이는 몇 미터 거리를 둔 채 눈을 발로 차고 있었다. 마치 기억을 아리저리 발로 차듯." 이런 표현들이 읽을 때 재밌다. 영화가 있던데 봐야겠다. 책과 어떤 다른 느낌이 있는지 궁금하다. 코로나 격리 덕분에 하루종일 책만 읽고 싶다던 희망을 실천할 수 있는 귀한 5일을 얻게 되었다. 내 이름에 작가라는 명칭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도록 읽고 쓰는 삶을 잘 이어가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오베라는 남자는 나에게 할 일을 하고 오라고 미소 짓고 있는 느낌이 든다. 말은 없지만 속이 깊은 오베 아저씨. ^^


#오베라는

#프레드릭배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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