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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Aug 29. 2023

오베라는 남자

오베라는 남자.

책부터 먼저 읽고 영화를 봤다. 넷플릭스에 오토라는 남자가 있지만 2016년 개봉된 영화를 택했다. 오베라는 남자는 열차사고로 아버지를 잃었다. 아버지가 일했던 곳에서 열차 청소를 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기차 안에서 소냐라는 여인을 만난다. 소냐를 보기 위해서 그녀를 만났던 시간에 그녀를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한다. 그러다 우연히 기차 안에서 그녀와 다시 만난다. 그녀의 제안으로 저녁식사를 하게 된다. 돈이 없어서 그녀와 식사하기 전에 자신은 집에서 밥을 먹고 왔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짝이라고 생각하고는 자리를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소냐가 입맞춤을 한다. 꿈만 같은 연애가 시작되고, 그들은 스페인 여행을 가게 된다. 스페인에서 소냐는 임산부로 푹 쉬는 동안 스페인을 돌아다니면서 오베는 집들을 구경한다. 최고의 순간들로 가득 찬 여행을 마치고 버스 타고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사고를 당한다. 오베에게는 최고의 순간들이 가득한 스페인 여행이 최악의 사고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버스 사고로 소냐는 목숨은 건지지만 다시는 걷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뱃속에 아이를 잃었다. 소냐는 걸을 수 없는 힘든 상황이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교사 자격증 공부한다. 하지만 일자리를 갖지는 못한다. 신문에서 우연히 특별학급교사 자리를 발견하게 되고 면접을 보게 되는데 딱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쇼냐에게 학교로 들어가는 것이 문제였다. 오베는 이 상황을 해결하고자 여러 곳에 민원접수를 넣지만 소냐가 학교에 갈 수 있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녀는 오베에게 이렇게 말한다.



"죽지 않으려면 죽을 만큼 버터 야해!!!"


이 말을 들은 오베는 자신이 직접 소냐가 휠체어를 타고 학교 건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건물과 연결되는 길을 만든다. 쇼냐는 낙오자만 가득한 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1년 뒤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낭독하는 아이들로 변화시킨다. 소냐는 아이를 낳을 수 없었지만 학교에 있는 수많은 아이들 편에서 싸웠다. 그런 사랑스러운 소냐는 6개월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오베가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이승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소냐의 품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녀에게 돌아가기 위해서 그가 선택한 것은 자살이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아내 소냐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천정에 고리를 매어 목을 맨 뒤에 자살하려고 하는 순간 새로 이사 온 파르바네 가족들이 미친 듯이  오베의 문을 두드린다. 파르바네가 요청하는 사다리를 준다. 오베는 다시 차 안에서 가스를 내뿜으며 자살 시도를 한다. 이번에는 그 성가신 이웃 파르바네가 다시 찾아와서 남편이 사다리에서 떨어졌으니까 병원까지 운전해 달라고 요청한다. 파르바네의 두 딸을 데리고 운전해 주고 병원에 도착하여 파르바네가 남편과 면회를 할 동안 오베는 파르나베의 두 딸을 잠시 보살피다가 아이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려는 광대와 빌려간 동전을 다른 동전으로 돌려줬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는다. 오베는 병원에서 나와 파르바네 가족들을 집에까지 잘 데려다준다. 오베는 파르바네의 요청으로 운전연습을 이어서 도와주게 된다. 오베가 죽지 못한 일들이 하나씩 계속 생기고 있다.


소냐의 묘지를 찾은 오베는 소냐의 제자가 찾아왔는데 그녀 곁에 가기 전에 한 가지 더 할 일을 생겼음을 이야기해 준다. 오베는 소냐 제자의 자전거를 고쳐서 그가 있는 곳까지 자전거를 파르바네와 함께 가져다준다. 오베는 끝내지 못한 일을 다시 하기 위해 기차역에 자살시도하려고 갔다가 그 시각에 자기 대신 기차 설로에 쓰러진 다른 사람을 구한다. "죽기가 살기보다 힘들어!"라고 말하며 사람들 앞에서 죽는 것을 포기하고 열차가 그를 관통하기 직전에 한 남자가 뻗은 손을 부여잡고 기차 승강장으로 올라온다. 그 광경을 목격한 기자는 오베를 찾아온다. 인터뷰를 부탁하지만 오베는 거절한다. 때마침 파르바네가 오베를 찾아오는데 오베는 성가시다며 기자를 차고지에 두고 문을 닫아버리고는 휙 가버린다. 오베 뒤를 졸졸 따라가던 파르바네는 오베가 기자를 차고지에 가두었다며 키득키득 웃는다. 오베도 성내면서 덩달아 같이 웃으면서 걸어간다. 소냐에 대해서 말하려는 파르바네에게 오베는 말을 자른다.


"잔소리 사절."

"간섭하지 마."

"말하지 마.'



오베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집안에서 총을 준비한다. 옷을 벗고 속옷 차림에 총으로 자살하기 위해 피가 벽에 튀지 않게 비닐천도 붙인다. 총방아쇠를 당기려는 결정적인 순간에 오베의 집에 누군가 벨을 울린다. 소냐의 제자였다. 그의 친구가 게이라는 사실을 아버지가 알게 되어 기절하셨다고 했다. 잘 곳이 없어 오베를 찾아온 두 청년. 우리 집이 호텔이냐며 화를 내는 오베를 향해 소냐 선생님이었다면 우리를 절대 내쫓지 않았을 거라고 항변한다. 마지못해 오베는 청년 둘에게 잘 곳을 내어준다. 마르사드라는 청년은 다음날 오베를 위해 토스트를 만들고 커피를 내린다. 오베는 순찰 돌 시간이라고 나가려고 하지만 마르사드 청년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고 아침식사를 같이 한다. 식사 후에 청년과 오베는 다 같이 마을 주변 순찰을 돈다. 이웃집 루네의 아들도 함께 순찰을 돈다. 그의 마을에서는 차들 주차구역이 따로 있는데 차가 다닐 수 없는 도로에  특별 허가증이 있다며 쌩쌩 달리던 흰색 셔츠를 입은 공무원이 탄 차 앞을 오베는 가로막는다. 그 공무원은 자기는 공무수행하는 것뿐이고 오베는 너무 무능해서 지금까지 자신이 겪은 모든 불행을 겪었다고 악담을 한다. 자기는 루네를 데려갈 것이라고 맞힘 표를 찍는다.



목맴, 차 안에 가스 내뿜기, 열차사고, 총기 자살.

오베는 한 번의 자살시도가 성공하지 않자 또다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한다. 그러다 죽기가 살기보다 힘들다는 것을 스스로 내뱉은 말처럼 깨닫기 시작한다.


오베는 소냐의 묘지에 여러 번 찾아간다. 자살을 실행으로 옮긴 뒤에 주로 소냐를 보러 갔는데 그때마다 할 일이 생겨서 그녀 곁에 가려면 조금 기다려야 한다고 말해준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흰색 셔츠를 입은 공무원이 차량이 다니면 안 될 곳에서 달린 것에 대해 시비가 되었을 때 그는 그들이 루네를 요양병원으로 데려갈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오베와 파르바네가 나눈 대화가 이 영화의 화이라이트다. 파르바네는 오베에게 자신에게 운전연습을 시켜줬을 때를 기억하라고 촉구한다. 아이 둘도 낳았으면서 이 운전 하나를 못하나며 포기하지 말라고 한 것을 오베에게도 말한다. 오베는 어쩌면 소냐가 이 세상에 없는 슬픔에 너무 깊게 빠져서 자기만 옳고 다른 사람은 모두 틀렸다고 말하며 화만 내고 있는 현실을 그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삶은 혼자서 살 수가 없지 않냐고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 부러지게 말해주었다. 파르바네와 대화를 나누면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오베는 파르나베에게 모든 사건의 시작을 말해주었다. 오베와 소냐가 어떻게 만났고, 스페인 여행에서 있었던 버스 사고에 대해서. 소냐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과정에서 오베는 소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오베, 죽지 않으려면 죽을 만큼 버텨야 해!!!"


오베는 소냐에게 이 말을 듣고 그녀가 학교에 휠체어를 타고 갈 수 있도록 건물과 연결되는 길을 만들었다. 그래 그거야!!! 오베는 루네 일을 본인이 수습할 거라며 소냐에게도 자신을 도와달라고 묘지에 그녀를 보러 갔을 때 말하기도 했다.


오베는 루네를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기 위해 전략을 세웠다. 흰색 셔츠를 입은 공무원이 루네를 데리러 왔을 때 모든 것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자신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왔던 기자에게 연락했던 것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자료만으로도 세금을 내지 않은 기록은 충분했다. 흰색 셔츠를 입은 공무원 스스로가 두 발로 루네를 포기하고 그의 마을을 떠났다. 오베는 그렇게 루네를 지킬 수 있었다.



오베는 혼자가 아니었다.

소냐가 없었지만 오베에게는 성가신 이웃들이 있었다.

혼자가 아니라 오베는 함께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외로운 순간은 늘 찾아온다. 그 힘듬에 너무 심취해 있다 보면 자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 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나는 혼자가 아니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잊지 않게 해주는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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