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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02. 2023

때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자기 자신이 보이기도

토요일 아침 7시 이은대 자이언트 북 컨설팅 9월 책 쓰기 온라인 114기 첫 수업을 들었습니다. 7년 전 부산에서 책 쓰기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의 마음처럼 제 안에서 무엇인가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사람들에게는 글을 쓰지 못할 이유가 너무나 많은데 작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밖으로 내기 때문에 작가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은찬이의 연주는 끝나지 않았습니다>라는 책을 작년 11월에 예설이 집중치료할 때 읽었습니다. 저자는 백혈병 진단받은 아들 은찬이를 7년간 간호했고, 은찬이를 떠나보내고 은찬이가 쓰지 못하고 간 약 '킴리아'를 다른 아이들은 쓸 수 있도록 기자회견, 국정감사 참고인 출석, 1인 시위 등을 하셨습니다. 은찬이 엄마의 삶과 저희 시어머니의 삶이 책을 읽는 내내 교차되었습니다. 딸을 먼저 떠나보내시고 자식들에게 그 사랑까지도 헌신하시는 어머니의 사랑을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소망은 며느리가 글을 쓰지 않고 평범하게 아이들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십니다. 제사 때 함양에 갈 때마다 새벽에 일어나 혼자서 글 쓰는 모습을 발견하시고는 "좋아서 하는 걸 어쩌겠어.." 하시면서도 늘 평범하게 사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14년간의 결혼생활을 통해서 저도 모르게 어머님을 많이 닮아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저희들에게 보내주시는 무한사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어머님의 원하시는 며느리상이 이해는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와 은찬이의 어머니의 삶을 바라보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밖으로 내는 것이 작가라고 저에게 말해봅니다. 작가의 본질은 힘들고 어렵지만 타인을 위해 글을 쓰겠다는 마음이 항상 있어야 합니다. 저에게는 그 마음이 있기에 계속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은대 작가님의 강의를 다 듣고 보니 예설이가 백혈병을 치료했던 지난 1년간 매우 심각하게 살아왔던 저의 삶이 보였습니다. 매 순간 예설이가 겪는 부작용으로 마음 졸였던 나. 예설이가 척수항암 치료하고 나서 힘들어할 때 옆에서 훌쩍이던 나. 예설이 재우고 나서 혼자서 병원 창문을 내다보면서 고뇌하던 나. 심각한 저의 모습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백혈병이라는 박스 안에 갇혀서 스스로 만든 그 박스 안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매 순간 삶의 대부분의 시선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살았습니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진지합니다. 웃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책 쓰기 강의를 듣고, 예설이 발레 수업에 다녀왔습니다. 1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에서 참여하는 수업이라 예설이는 오늘만을 솝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어서 남편 친구 승혜언니가 결혼하는 날이라 피로연에 다녀왔습니다. 저녁 늦게 까지 함께 보냈는데 오늘 정말 많이 웃고 편안한 시간 보냈습니다. 피로연에 오신 남편 친구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의 모습을 또 발견합니다. 멀리 동탄에서 온 친구 분은 인스타그램에서 책 읽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니다. 미라클 모닝, 루틴에 대한 저의 일상도 말해주셨고요. 저의 예전 모습들을 전해 들으면서 제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실천했던 것들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저의 모습이 교차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 마주하는 나의 모습을 목격하는 것이 살면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벗어나서 나만의 틀 안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끔은 사람을 통해서 자신을 만날 때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고 자신이 성장하고 싶은 방향을 스스로 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보면 어떨까요. 저는 저의 일상에서 메모하고 글 쓰는 일상을 더해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오늘도 차 안에서 이동할 때 무언가 번뜩 떠올라서 그것을 잊지 않기 위해 혼자서 입으로 떠들다가 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었을 때 재빠르게 수첩에 끄적였습니다. 끄적임 덕분에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소중한 사람을 만나서 그들과 진지한 대화를 통해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오늘 저는 대만족입니다. 저를 두 번이나 만났습니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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