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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04. 2023

글 하나가 하루를 버틸 수 있게 해 준다

오늘은 세한이 집에 놀러 가기로 한 날인데 약속에 취소되어 집에서 청소도 하고 푹 쉬었습니다. 예설이는 완전유지 치료 들어가면서 먹는 약이 많아졌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빈크리스틴 항암 하고, 약을 타오는데 약 중에서 덱사메타손은 5일 동안 하루에 두 번씩 복용합니다. 내일 아침까지가 마지막입니다. 오늘이 사실 감정 기복이 절정이 되는 날인데 다행히 오늘 예설이가 가장 무섭게 한 말은 "폭. 발. 한. 다"였습니다. 7월, 8월에는 "아빠 팔을 칼로 잘라버릴 거야"라며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것을 보고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약이 도대체 어떻길래 한 아이의 감정을 이렇게도 변화시키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치 유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약이지만 약복용기간 동안에는 예설이 와 예설이네는 힘든 시간을 견뎌내야만 합니다. 남편은 진라면을 또 저녁에 먹겠다던 예설이 말에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 내일이 마지막이잖아. 내일부터 밥 잘 먹을 거야."



결국 예설이는 오늘 진라면 두 번이나 먹었습니다.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건강식으로 먹는 것과 뭐라도 먹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만 한다면 뭐라도 먹는 것이 치료할 때는 좋기 때문에 진라면을 하루에 두 번이나 찾아도 줄 수 박에 없습니다. 특히나 덱사메타손을 복용하는 5일 동안은 밀가루 음식을 특히나 찾고 밥맛이 없데요. 오늘이 그런 날입니다. 알면서도 라면을 줄 수밖에 없는 날이요. 예설이 보다 8개월 정도 앞서서 치료받고 있는 율이는 덱사메타손 먹는 기간에는 평소보다 식욕이 떨어져 잘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어서 그런지 먹으려고 할 때는 뭐든지 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구에서 백혈병 치료받고 계신 하은이 어머님과 오늘 소식을 주고받았습니다. 백혈구 수치가 높은 하은이가 걱정되어 예설이의 간병수첩을 펼쳐봤습니다. 예설이도 집중치료기간 중에 종종 백혈구와 호중구 수치가 높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관해유도 항암치료가 끝나자마자 공고치료 들어갈 때 수치가 높았고, 치료 3개월쯤에 손톱을 뽑는 바람에 항생제를 먹고 소독 열심히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수치가 높았더라고요. 1차 중간유지 할 때 MTX 5회 치료할 때도 종종 높았습니다.



헬스장에서 운동하다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로 알았더라면> 책으로 유튜브에서 낭독을 들었는데 저에게 울림을 주었습니다. 아래 글처럼 예빈이 예설이 와 함께하는 이 시간들이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남편과 제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부모님이 얼마나 딸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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