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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Sep 04. 2023

지금 나의 인생 시계는 몇 시일까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첫 번째 날입니다. 평소 출퇴근길은 걸어서 갑니다. 20분 정도 거리라서 운동 삼아 지구대까지 걸어갑니다. 평소에는 이어폰을 끼고 좋아하는 강의를 듣는데 오늘은 이어폰을 깜빡 잊고 나왔습니다. 출근길에 무엇을 했을까요? 저는 첫 책 쓰기 수업 듣고 이번주에 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그것을 출근길에 수정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 정한 책 쓰기 주제를 걸어가면서 제 입으로 내뱉으면서 문장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지구대에서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지구대는 직원들이 총 50명 있습니다. 4개 팀으로 하루에 주간, 야간팀으로 나눠서 근무합니다. 저는 관리반이라서 현장에서 근무하는 순찰팀을 돕는 역할이 제 일입니다. 하루종일 집안 살림을 사는 느낌입니다. 집에서는 예설이 와 예빈이를 챙기는 일이 제 일인데 출근해서도 동료직원들을 챙기는 일의 연속이기 때문입니다.



시계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요? 저는 가끔 시계를 보면 저는 인생에서 지금 얼마쯤 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녁 12시가 되면 다음날로 하루가 넘어갑니다. 어제에서 오늘로 하루가 넘어왔고, 누군가는 어제 보낸 날이 생의 마지막인 분들도 있었을 텐데 저는 선물 같은 오늘을 받았습니다. 그럴 때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살아 있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오늘을 선물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마흔이 된 이후로 인생에서 절반쯤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24시간 중에서 12시간은 왔다는 뜻입니다. 전반과 후반을 나눈다면 전반은 지난 샘이고요.



제 인생에서 이 세상을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돕는데 작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이 좋을지 묻는다면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로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 양산부산대학교병원 83 병동 혈액종양과에서 치료 중인 범준이 언니와 초윤이 엄마와 통화했습니다. 범준이 언니는 백혈병 집중치료를 넘기고 완전유지 치료에 들어갔으면 83 병동과의 인연은 서서히 잊으라고 하셨어요. 초윤이 엄마는 백혈병이 "나을병"이니까 치료기간에 보호자가 잘 챙겨야 하는 것도 맞지만 아이가 유치원, 학교로 잘 돌아가서 생활하는 것을 돕는 것도 꼭 잘 챙겨야겠다는 말을 해주었어요. 백혈병 치료 중인 보호자분들과의 통화는 제가 위치해 있는 곳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백혈병과 관련하여 책 쓰기 수업을 듣고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을 실천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어 다행입니다.



24시간 중에 12시간이 지난 저의 인생시계를 바라보면서 저는 한 가지는 꼭 잊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너무 과거의 삶에 의미를 두지 말자.


그렇다고 너무 미래의 모습에 행복을 두지는 말자.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경험하자."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잘 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뭘까요? 제 생각에는 여유입니다. 여유가 있으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시간도 있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마음이 조급하지 않으니 화를 낼 상황도 줄어듭니다. 여유가 있으면 웃을 시간도 있습니다. 지난 제 삶에는 여유가 별로 없었습니다. 목표지향적인 삶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월요일은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지만 가장 천천히 보내야 하는 날이고 싶습니다. 출퇴근길에 이어폰을 빼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내 인생 시계도 생각하면서 내 시간은 몇 시에 와 있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지속해서 가져보고 싶습니다. 의식적으로 여유 있는 월요일 보내보려고요. 저는 결국 제 인생시간도 생각하고, 책 쓰기 주제에 대해 중얼거리면서 제가 원하는 문장에 도달했습니다. 이어폰을 빼고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에 집중했습니다. 저의 인생 시계는 오늘 12:01입니다. 12:05 이 된 다음 주 월요일도 기대됩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인생 시계는 몇 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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